난민·재정정책 입장 첨예…제3당 전락한 사민당 '느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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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정치권 좌우를 대표하는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이 28일(현지시간) 차기 연립정부 구성에 나섰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와 마르쿠스 죄더 CSU 대표, 라르스 클링바일 SPD 공동대표 겸 원내대표 등 양측 협상단은 총선 닷새 만인 이날 오전 베를린에 모여 예비협상을 시작했다.
양측에서 9명씩 참여하는 예비협상은 앞으로 일정과 대략적인 협상 틀을 논의하는 탐색 단계다. 독일 연정 협상은 통상 수개월 걸린다.
지난 23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한 CDU·CSU 연합은 부활절인 4월 20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3당으로 내려앉은 현 집권여당 SPD는 느긋한 분위기다. 두 번째로 의석이 많은 극우 독일대안당(AfD)을 제외하면 CDU·CSU 연합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독일 정당들은 AfD와 협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CDU·CSU 연합은 SPD와 협상에 실패하면 녹색당 등 2개 이상 정당을 끌어모아야 한다. 그러나 녹색당은 SPD보다 이념 차이가 더 큰 데다 CSU가 협력을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보수 CDU·CSU 연합과 진보 SPD가 합작해 정부를 구성하는 대연정은 1949년 서독 제헌의회 이후 네 차례 있었다. 그중 세 번이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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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은 난민정책과 부채한도 개편 등 대부분 쟁점에서 양측이 첨예하게 엇갈려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또 상호 비방으로 무너진 신뢰를 우선 회복해야 한다고 짚었다. 양측 인사들은 선거 기간 서로 '좌파 미치광이', '미니 트럼프'라고 부르며 비난을 주고받았다.
클링바일 대표는 "정부가 구성될지, SPD가 정부에 참여할지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이미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재무장관 등 내각 구성을 놓고 여러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SPD 주도로 2021년 꾸려진 '신호등' 연정에서는 재무장관을 맡은 친기업 우파 자유민주당(FDP)의 크리스티안 린드너 전 대표가 재정정책을 두고 올라프 숄츠 총리와 충돌하다가 결국 지난해 11월 연정이 붕괴했다. FDP는 이번 총선에서 득표율 5%를 넘기지 못해 연방의회에서 퇴출당했다.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차기 정부에서 경제부와 기후보호부를 다시 분리하겠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두 부처를 합치고 작가 출신인 로베르트 하베크(녹색당)에게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을 맡겼으나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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