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3세 초청 등 '매력공세'로 우호관계 확인, 안보보장 소득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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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27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양국 우호관계 과시와 관세 전쟁을 피할 가능성 등의 성과를 냈다고 영국 현지 언론이 평가했다.
그러나 유럽에서 가장 기대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후 안보 보장에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고, 이튿날인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방미가 예정돼 전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처지다.
영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접점이 적었던 스타머 총리가 양국 우호관계에 '도장'을 받은 점, '관세가 필요 없는' 미-영 무역 협정이 임박했다거나 차고스제도 반환 합의를 지지할 수도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끌어낸 점에 이목이 쏠렸다.
대중지 데일리 메일은 이날 1면에 큰 활자로 '없을 것 같던 이런 브로맨스라니!'라는 제목을 박아 넣었고, 보수 성향 일간 텔레그래프도 '트럼프, 차고스에 대해 스타머 지지' 제하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왕실에 호감을 갖고 있다는 점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데, 이날 스타머 총리가 전달한 찰스 3세 국왕의 국빈 초청장은 영국 측이 준비한 '매력 공세'(charm offensive)의 하이라이트로 꼽혔다.
스타머 총리는 "(외국 정상의) 두 번째 국빈방문은 정말 전례 없던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영광"이라며 수락했다.
심지어 기자회견에서 스타머 총리가 발언을 마치자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아름다운 억양인가. 내게 저 억양이 있었더라면 20년 전에 대통령이 됐을 텐데"라고 말하자 회견장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흉상이 제자리를 찾았다고 스타머 총리가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화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할 수 없는 성향을 주의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바로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세계 각 지역·국가에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무역 협정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성과라 할 수 있으나 실제 협상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당국자들은 전면적인 자유무역협정(FTA)에는 미치지 못하는 단계적 경제·기술 합의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앞서 추진됐다가 불발된 무역 협상에선 일부 수입 농산물에 대한 영국 농업계 반발이 있었으며 이는 미·영 협상에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차고스 제도 주권을 모리셔스에 반환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세부 사항을 봐야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였기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양국 정상은 유럽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우크라이나 전후 안보 보장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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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불렀던 발언에 대해 "내가 그런 말을 했느냐"라며 사실상 철회한 점은 유럽으로선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지만, 유럽이 계속 요청해온 군사적 '안전장치'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영국 평화유지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부터 공격당하면 미국이 돕겠는지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은 훌륭한 군을 보유했고 스스로 돌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도움이 필요하다면 영국과 항상 함께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덧붙이면서 스타머 총리의 손을 잡았다.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은 약간 즉흥적으로, 아래쪽에서 손을 내밀어 총리를 놀라게 했다"며 "이는 (본인의) 우월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안심시키려는 손짓도 아니었다"고 해석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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