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등 협력은 지속…혼다 "합의점 못 찾아 유감·시너지 최대화"
닛산 "혼다 '자회사화' 제안에 자주성 우려"…독자 생존전략 수립 과제
닛산 "혼다 '자회사화' 제안에 자주성 우려"…독자 생존전략 수립 과제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2, 3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지난해 연말부터 추진한 합병이 결국 협의 50여일 만에 무산됐다고 일본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 협의 중단을 공식 결정했다면서 "세계 3위 자동차 그룹을 목표로 했던 일본차 연합은 좌절했다"고 전했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2023년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3위 현대차그룹을 제친다는 점에서 이번 시도는 '세기의 통합'으로 평가받았다. 통합에는 닛산이 최대 주주인 미쓰비시자동차가 합류할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혼다, 닛산, 미쓰비시자동차는 합병 철회에도 전기차 등을 위한 협력은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사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며 "2024년 8월 (닛산·미쓰비시와) 체결한 전략적 파트너십 기본합의서를 기초로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혼다와 닛산은 지주회사를 2026년 8월에 설립하고 양사가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는 방향으로 경영을 통합하는 협의를 시작한다고 지난해 12월 23일 발표했다.
두 회사는 일본 자동차 업계가 미국 테슬라, BYD(비야디)를 비롯한 중국 신흥 전기차 업체 등에 밀리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통합을 추진했다.
혼다와 닛산의 지난해 세계 판매량은 각각 380만7천대와 334만8천대로 427만대를 판 BYD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양사는 이미 차량 탑재 소프트웨어 개발과 전기차 부품 공동 사용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던 터라 합병이 확정되면 투자비 확보, 차량 플랫폼 공통화, 연구개발 기능 통합, 생산거점 합리화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일본 시장에서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자동차가 독주하는 가운데 도요타의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다는 점에서 합병이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혼다와 닛산은 협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고, 경영 통합 방향성 발표 시기를 지난달 말에서 이달 중순으로 미루면서 논의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영 부진에 빠진 닛산의 자구책에 만족하지 못했던 혼다는 협의에 속도가 나지 않자 닛산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제안을 했다.
미베 사장은 이러한 제안을 한 이유에 대해 기존 지주회사 설립 방안으로는 판단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등한 통합을 희망했던 닛산에서는 자회사화 제안에 강하게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사장이 지난 6일 혼다 측에 합병 협의 중단 방침을 전했다.
우치다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혼다 측 제안을 거절한 것과 관련해 "자주성이 어디까지 지켜질 것인지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합병이 무산되면서 혼다와 닛산은 다시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특히 지난해 11월 세계 생산능력의 20%와 직원 9천 명을 줄이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던 닛산이 향후 어떤 생존 전략을 모색할 것인지가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치다 사장은 이날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에 800억엔(약 7천53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면서 "새로운 파트너십의 기회도 적극적으로 모색해 기업 가치 향상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닛산 경영에 참여하려는 것으로 알려진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 류양웨이 회장은 전날 대만에서 취재진에 인수가 아닌 협력을 위해 닛산 최대 주주인 르노 측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인정해 관심을 끌었다.
아사히신문은 "닛산뿐만 아니라 혼다도 일부 사업의 이익률이 낮고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감해 과제가 많다"며 합병 논의 백지화로 경영 전략의 근본적 재검토를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짚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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