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운전자 입건…음주·마약 음성 반응
바닥 곳곳에 흩어진 잔해…주민들 "연말에 왜 자꾸 사고 터지나"
바닥 곳곳에 흩어진 잔해…주민들 "연말에 왜 자꾸 사고 터지나"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장보인 기자 = 2024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70대 남성이 모는 승용차가 돌진해 1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날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에서 13명의 부상자를 낸 자동차 운전자 A(74)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고로 지금까지 숨진 사람은 없고, 부상자는 중상 4명, 경상 9명이다. 운전자는 크게 다치지 않았고, 동승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는 이날 오후 3시 53분께 발생했다.
목격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A씨는 2007년식 에쿠스 승용차를 몰고 양동중학교에서 시장 방면으로 직진하다가 버스를 앞질러 가속해 그대로 시장으로 돌진했다.
시장에 진입한 이 차는 앞 범퍼로 보행자와 상점 간판 등을 쳤다.
시장 상인들은 "승용차가 과일가게를 들이받고는 약 100m가량 직진해 이불가게와 횟집 앞에서 멈춰 섰다"고 말했다.
경찰이 현장에서 시행한 음주·마약 검사에서 A씨는 음성 반응이 나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를 오랫동안 주차장에 세워놔 방전이 걱정돼 오랜만에 끌고 나왔다"며 "앞서가던 버스를 피해 가속하다가 시장 가판대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그다음부턴)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급발진 주장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차가 처음 과일가게를 들이받기 직전에도 후미 브레이크 등은 정상 작동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2시간 남짓 지난 오후 6시 20분께 기자가 찾아가 본 시장은 수습이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였지만, 곳곳에 으깨진 과일이나 쓰레기 잔해가 널려 있어 사고 당시 아수라장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차량이 처음 매대를 들이받은 과일 가게의 주인은 "폭탄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차가 사람을 치고 매대와 과일들을 밀고 가버렸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40대 남성은 사고로 크게 다쳤고 현재 위중한 상태로 전해졌다.
이곳을 자주 찾는 손님들도 가게로 달려와 "아저씨가 많이 다쳤냐", "어떻게 하면 좋냐"며 눈물을 훔쳤다.
한 상인은 "차가 아파트단지 근처에서부터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고 들었다"며 "운전자는 사고 뒤에도 한동안 차에서 내리지 않았는데, 내려서는 '내가 안 그랬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현재 사고 현장은 구청과 동사무소 직원들이 미끄럼 방지를 위해 모래를 뿌려둔 상태다.
한 해를 정리하는 마지막 날 터진 사고에 주민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시장을 자주 찾는다는 한 중년 여성은 "연말에 왜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나"라며 "최근에 난 비행기 사고에도 열받았는데 우리 동네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니 화가 난다"며 고개를 저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A씨 승용차의 사고 당시 속도를 비롯해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jung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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