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다리엔 갭 정글 통과 41% 감소…베네수·콜롬비아·에콰도르·중국 출신 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파나마 운하 환수 위협 속에 파나마 정부가 대부분 미국행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불법 이민자에 대한 통제 강화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2일(현지시간) 파나마 일간 라프렌사파나마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작년 남미 콜롬비아와 중미 파나마 사이 '다리엔 갭' 정글을 통과해 미국행에 올랐던 이민자 숫자는 30만2천7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다였던 2023년 52만85명보다 41% 넘게 감소한 수치다.
최대 엿새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 위험한 종단길에 나선 사람들은 대부분 베네수엘라 출신(20만6천905명)이라고 파나마 당국은 밝혔다.
콜롬비아(1만7천340명), 에콰도르(1만6천255명), 중국(1만2천345명), 아이티(1만1천909명) 국적자가 그 뒤를 이었다.
다리엔 갭은 늪지대와 밀림 등 사람의 이동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지형인 데다 독거미와 독사 등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수년 전부터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의 주요 도보 이동 통로로 여겨졌으나, 지난해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 취임 이후 강력한 차단 정책으로 이주 흐름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파나마 언론은 보도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한 새해 시정 연설에서 "우리는 다리엔 정글을 통과하는 이민자 수를 크게 줄였다"며 "불법 이민자들이 수도 파나마시티나 다른 지역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 발언이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량 추방을 공약으로 내세운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20일)을 앞두고 나온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파나마는 지난해 7월 미국과 체결한 협정에 따라 다리엔 갭 여러 경로를 폐쇄하는 한편 미국 정부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1천500명 이상의 이민자를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미국 이민자 정책에 협조적인 제스처를 취했던 파나마 정부는 그러나 최근 트럼프의 '파나마 운하 환수' 가능성 언사에 강하게 반발하며 영토 수호 의지를 다지고 있다.
파나마의 중요 수입원을 향한 트럼프 당선인의 공세적 언사에 맞서되, 동시에 트럼프 당선인이 고도로 중시하는 불법이민자 미국 유입 차단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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