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노트르담·레베카 연이어 출연하며 대극장 주연 성장
옥주현·신영숙과 호흡…"주변 인물 안아주는 측은지심으로 연기"
옥주현·신영숙과 호흡…"주변 인물 안아주는 측은지심으로 연기"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레미제라블'로 데뷔하고 배우로 활동하면서 쉬었던 시간이 학교를 열심히 다녔던 2년뿐이에요. 뮤지컬은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지금도 뮤지컬이 제일 좋습니다."
2012년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데뷔한 배우 이지수(30)는 지난 10여년간 눈에 띄는 경력을 쌓아왔다.
2015년부터 '프랑켄슈타인', '노트르담 드 파리' 등 내로라하는 뮤지컬 대작에 연이어 출연하며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블랙메리포핀스' 등에서 주연을 맡으며 대학로 경험도 충실히 쌓았다.
올해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 출연한 데 이어 레베카의 '나'(Ich)로 출연하며 대극장 주연을 맡는 배우로 올라섰다. 이지수는 배우로 성장할수록 본인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최근 '레베카'가 열리는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그는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분량이 제일 많은 작품이라 정신까지 떨린다"며 "블루스퀘어 무대가 처음도 아닌데 오롯이 솔로곡을 부르려니 느낌이 다르다. 작품과 저에 대한 기대치가 느껴져서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역대급으로 힘든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지수는 세 번째 오디션 만에 역할을 따냈다는 기대와 설렘도 잠시뿐이었다며 웃었다.
"그때는 마냥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죠. 지금은 뮤지컬을 무사히 완주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레베카'는 영국의 맨덜리 저택을 배경으로 귀부인 레베카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는 서스펜스 뮤지컬이다.
이지수는 '나' 역을 맡아 맨덜리 저택의 새로운 여주인이 된 인물을 연기한다. 레베카의 죽음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남편 막심을 보호하고, 죽은 레베카의 흔적을 소중히 여기는 집사 댄버스에 맞서 지위를 개척해 나간다.
작품의 서술자로 거의 모든 장면에 출연하고 있어 체력 소모가 크다고 한다. 이지수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작품이 끝날 때까지 쉴 새 없이 노래하는 역할을 마라톤에 빗댔다.
그는 "분량이 워낙 많아 한 곡을 무사히 끝냈다고 안심할 수가 없다"며 "앞서 역할을 맡았던 선배들이 힘들다고 조언했을 때 체력은 문제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첫 공연이 끝나고는 에너지를 다 쏟았는지 다음 날 오후 2시에야 일어났다"고 말했다.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2막의 '레베카'에서는 옥주현, 신영숙 등 카리스마 있는 댄버스와 호흡을 맞춘다. 댄버스의 폭발적인 고음이 임팩트를 남기는 넘버라 중간 음역을 소화하는 '나'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지수는 소리를 들리게 만들기 위해 발음을 세게 하고, 소리도 가능한 최대한 크게 내는 등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매번 팬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넘버지만 정작 본인은 떨리는 마음에 노래를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는 상태라고 한다.
"죽일 듯이 노래하는 언니들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제가 맡은 배역을 떠나 한 사람으로 무서워요. 관객이 가사를 꼭 듣길 바라는 마음으로 난간을 잡고 온몸을 써서 노래하고 있어요."

이지수는 공연이 끝나는 순간 '나'의 모습을 상정한 뒤 그것에 맞게 성격 변화를 연기하고 있다. 1막에서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으로 쩔쩔매던 '나'는 2막에 들어서며 단단한 모습으로 여주인의 면모를 뽐낸다.
그는 "원래 '나'의 모습은 2막의 단단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며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과 경제적 상황이 '나'를 여린 인물로 만들었다. 원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주변에는 댄버스부터 막심까지 성격에 결함이 있는 캐릭터뿐이다. '나'는 그런 인물을 측은지심으로 안아주고 품어주는 큰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이 최근 1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대해서는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늘 관객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무척 신기한 느낌은 아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늘 잘 되던 작품인데 이번에도 잘되어 기쁘다"고 했다.
"지금의 이지수는 1막의 '나'처럼 어설프고 부족하겠지만 2막의 이지수는 성장할 것이라 확신해요.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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