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美정찰기 EEZ 침범' 주장…EEZ를 방공식별구역처럼 운용하나
연합뉴스
입력 2023-07-11 09:36:51 수정 2023-07-11 11:21:14
EEZ선 무해통항권 인정되는데, 美정찰기 격추 위협 가해
김여정 언급 지점들, EEZ 안쪽이라고 보기도 무리


[그래픽] 미 정찰기 관련 북한 위협 담화(서울=연합뉴스) 반종빈 이재윤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1일 미국 공군 전략정찰기가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침범했다며 이를 반복하면 군사적 대응 행동에 나서겠다고 재차 위협했다. bjb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북한이 미군 정찰기가 자신들이 설정한 경제수역을 침범해서 공군이 대응 출격했다고 발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방공식별구역(ADIZ)처럼 운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 공군 전략정찰기가 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했다면서 이를 반복하면 군사적 대응 행동에 나서겠다고 재차 위협했다.

김 부부장은 전날에도 미 공군 정찰기의 경제수역 침범은 주권 침해라며 강력 대응을 경고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240해리(1해리=1.86㎞) 이상의 탐지 반경을 가진 적대국의 정찰 자산이 우리의 200해리 경제수역을 침범하는 것은 명백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과 안전에 대한 엄중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이 '200해리 경제수역'을 언급한 것으로 볼 때 북한이 주장하는 경제수역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EEZ와 동일한 개념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군 정찰기의 EEZ 진입을 문제 삼은 것은 이례적이다.

국제법상 영해(12해리)가 아닌 EEZ는 통상 무해통항권(선박이 연안국의 안전과 질서를 해치지 아니하는 한 자유로이 항해할 수 있는 권리)이 인정되는 공해이기 때문에 김 부부장의 주권 침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타국의 EEZ에서 무단으로 해양조사를 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무해통항권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로 미뤄볼 때 북한은 경제적 권리에 대한 개념인 EEZ를 방공식별구역과 유사하게 운용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미 정찰기의 경제수역 침범에 북한 공군이 대응 출격했다고 밝혔고, 이날도 미 정찰기의 경제수역 무단 침범에 군사적 대응을 경고했다.

우리 군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설정해놓고 타국 항공기가 사전 통보 없이 진입하면 대응 출격 후 경고 통신을 하고 있다. 방공식별구역은 EEZ와 일치하지 않지만, 설정 범위에 유사점이 있다.

다만, 방공식별구역도 영공과 달리 주권이 미치는 영역은 아니기 때문에 타국 항공기가 무단으로 진입해도 위협사격 등 실력을 행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미 정찰기가 경제수역에 진입하면 사실상 격추하겠다는 위협을 가한 것이다.

아울러 김 부부장이 북한의 경제수역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면서 언급한 지점은 경상북도 울진 동쪽 270여㎞, 강원도 고성 동쪽 400㎞, 강원도 통천 동쪽 435㎞ 등으로 북한의 EEZ 안쪽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울진 동쪽 270여㎞ 지점은 대한민국의 EEZ에 속한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자기 나름의 경제수역을 설정해놓고 침범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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