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메리어트 호텔, 위구르족 행사 거부…중국 눈치보기?
연합뉴스
입력 2021-11-19 13:14:16 수정 2021-11-19 13:14:16
"정치적 중립" 명분…본사 측 "체코 지사 자체 결정" 해명


지난 14일 체코에서 열린 세계위구르회의 제7차 정기총회.[세계위구르회의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 관행에 대한 우려 때문에 내년 2월 예정된 중국 베이징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관련한 문제의 불똥이 애꿎은 호텔 업계에도 튀었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체코 지사인 프라하 메리어트 호텔이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위구르족 인권단체 행사 개최를 거부해 논란을 빚었다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비영리단체 세계위구르회의(WUC)에 속한 25개국 출신 대표단 200명은 지난 12∼14일 새 지도부 선출을 논의하고 정치인, 학자, 시민사회 등과 토론을 위한 제7차 정기총회를 열고자 체코에 모였다.

WUC 관계자가 악시오스에 전한 바에 따르면 회의 주최 측은 개최지를 정하기 위해 몇몇 호텔을 찾는 과정에서 프라하 메리어트 호텔에도 알아보기 위해 단체 관계자를 대표로 보냈다.

이 관계자는 처음에는 호텔 측에 회의나 단체 성격을 알리진 않았으나 이후 방문 상담에서는 관련 정보를 언급했다.

얼마 후 호텔 행사 관리자는 "회사 경영진과 논의한 결과,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정치적 주제로 열리는 행사는 열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그러나 메리어트 호텔은 종종 정치자금 모금행사 등을 개최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일은 사실상 최대 시장인 중국의 눈치를 살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악시오스는 이번 일이 중국을 넘어 해외 기업체에까지 당의 레드라인을 넘으면 좋을 것이 없다는 압박의 메시지를 전하는 중국 정부의 권위주의적인 통제력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8년 중국 메리어트 호텔이 실시한 고객 설문조사에 티베트, 대만, 홍콩, 마카오 등이 지역이 아닌 국가로 명시되자 중국 정부는 호텔 예약 홈페이지를 폐쇄 조치한 적이 있다.

그러자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은 대대적인 사과문을 내고 "자사는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전복하는 분리주의 단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프라하 메리어트에서 총회를 열려 한 WUC는 위구르족 권리를 옹호하는 운동가나 망명한 위구르인 등으로 구성된 단체로 위구르 독립운동을 지지하는 운동을 펼친다.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국제테러리스트 명단에도 올라와 있지 않지만, 중국 정부에서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테러 단체로 규정한다.

이달 회의가 열리기 전 체코 주재 중국 대사관은 회의 자체는 물론 회의에 참여한 정치인까지 비난했다.

논란이 일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대변인은 "그 회의를 주최하는 것은 자사의 정치적 중립성 정책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며 이메일에서 '회사 경영진'과 논의했다고 언급된 부분은 (본사가 아닌)'해당 호텔의 경영진'을 가리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멜리사 프로에흘리흐 플로트 글로벌 홍보 담당 수석부사장은 "호텔의 대응이 자사 정책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단체 측에 연락해 사과할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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