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뉴진스님, 일본엔 '비트박스 스님'…"힐링 돕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부처님오신날인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의 대한불교조계종 선원인 '저스트비 홍대선원'에서는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루프 스테이션(소리를 녹음한 후 반복 재생하며 소리를 덧입히는 장비) 앞에 앉아 자신의 목소리를 쌓아 올리며 사운드를 만들어낸 공연의 주인공은 일본 선불교 승려인 아카사카 요게쓰(43·赤坂陽月). 바닥에 편안하게 앉은 관객들은 지그시 눈을 감고 스님이 만들어낸 몽환적인 사운드에 빠져들었다.
'비트박스 스님'으로 일본 안팎에 잘 알려진 아카사카 스님은 지난 26일 홍대선원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명상 공연'에 대해 "좋은 경험이었다. 한국의 도량에서 공연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말했다.
아카사카 스님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15년 출가했다. 승려의 결혼을 허용하는 일본에선 가업처럼 대를 이어 출가하는 게 흔한 일이다. 출가 전 외국을 다니며 비트박스 버스킹을 했던 스님은 출가 이후엔 자신의 음악작업에 불경을 접목해 승려와 뮤지션의 삶을 동시에 살고 있다.

그러다 지난 2020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반야심경(Heart Sutra) 비트박스 리믹스' 영상으로 유명해졌다. 가사 장삼 차림의 스님이 루프 스테이션 앞에서 경건하게 반야심경을 리믹스하는 7분 40초 분량의 영상은 지금까지 870만 회 이상 재생됐다.
스님은 "코로나19 기간 반야심경이 음악으로 지친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으면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영상이 바이럴(입소문) 되면서 많은 이들이 '힐링이 됐다'거나 '매일 들으며 명상을 한다'는 반응을 보여줬다. 기대했던 것보다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일본어 반야심경을 알아듣지 못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까지 사로잡은 데 대해 아카사카 스님은 "일본인들도 반야심경의 뜻은 다 모른다"고 웃으며 "의미보다는 사운드 자체가 울림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야심경 비트박스 영상 이후 스님은 20여개국에서 공연을 했다. 한국에서도 작년부터 5∼6차례 크고작은 무대에서 관객을 만났는데, 불교 사찰이나 선원에서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제잉 장비 앞에 선 법복 차림의 스님은 한국의 '뉴진스님'(코미디언 윤성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차이가 있다면 아카사카 스님은 '정식' 스님이라는 것, 그리고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음악 외에 차분하게 명상으로 이끄는 음악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명상 워크숍을 통해 명상법을 지도하기도 하는 아카사카 스님은 "공연이나 워크숍을 통해 사람들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치유했다거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할 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아카사카 스님은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의 이른바 '힙불교' 현상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가 공연한 홍대선원은 젊은 층에게 힙불교의 성지 같은 장소다.
그는 "귀여운 불교 굿즈를 사는 행위 등을 통해 불교나 부처님, 일부 경전에 대해 조금씩 알아만 가는 것도 좋은 관문이 될 것"이라며 "그러다보면 그 중 일부는 불교나 명상에 대한 책을 찾아 읽기도 할 것이고, 삶의 어려운 순간을 만나면 불교 가르침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사스님도 불교는 종교라기보다 삶의 방식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일부 종교는 모든 것을 흑백, 선악으로 나누고 모든 것에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지만 불교는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덜 고통 받으며 살아가기 위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뮤지션으로서는 더 많은 나라에서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싶다는 아카사카 스님은 승려로서 "다른 이들이 힐링 과정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삶을 바꿔나가도록 돕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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