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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이은준의 AI 톺아보기…AI 인플루언서의 '설계된 감정'-②
연합뉴스입력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계속 노력하는 게 힘들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체는 실제로 지치지 않는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은 그 말에 감정적으로 공감하며 반응한다. AI 인플루언서는 실제 경험도 없고, 신체도 없으며, 고통도 없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그들이 전달하는 메시지, 자기 수용, 다양성, 존중에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이 장면은 그저 '다양성이 확장됐다'는 이야기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더 극적인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일부 AI 계정은 의도적으로 비현실적인 요소를 유지한다. 예를 들어, 얼굴은 사실적인데 손의 형태가 미묘하게 어색하거나, 눈동자의 초점이 약간 흐릿하거나, 피부 질감이 완전히 자연스럽지 않은 상태를 그대로 둔다. 과거였다면 'AI 티 난다'는 이유로 수정됐을 부분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댓글에는 이런 반응이 달린다."이 느낌이 더 좋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매력적이다"
"AI라서 오히려 더 좋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해졌을까. 그 이유는 정보 소비 방식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는 'AI 캐릭터가 정보를 설명하는 콘텐츠'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운동 루틴, 피부 관리 방법, 심리 조언, 심지어 재테크 정보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등장한다. 이들이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컬처에 대해서 다루기 시작하면 우리나라의 관련 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캐릭터가 반드시 현실처럼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조금 어색해도, 완벽하게 자연스럽지 않아도, 정보가 명확하고 유용하면 사람들은 팔로우한다. 그 정보가 얼마나 유용한가, 그리고 나에게 얼마나 맞는가가 중요해진 것이다.이 현상은 기존 인플루언서 구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과거에는 정보의 신뢰가 '이 사람이 실제로 해봤는가'에 기반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 정보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그래서 이런 장면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그래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가 운동 방법을 설명하고, 자기 관리 루틴을 제시하며, 심지어 심리적인 조언까지 제공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이 AI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 계정을 팔로우한다. 이 지점에서 AI 인플루언서는 더 이상 하나의 콘텐츠만으로 볼 수 없다. 그들은 새로운 프레임이 된다.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 감정을 유도하는 구조, 관계를 형성하는 인터페이스. 이 변화는 또 다른 흥미로운 현상으로 이어진다. 일부 사용자는 오히려 인간 인플루언서보다 AI 인플루언서를 더 편하게 느낀다. 왜냐하면 AI는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교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으며, 항상 일정한 톤을 유지한다. 이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피로가 줄어든다. 그래서 지금 AI 인플루언서는 두 가지를 동시에 수행한다. 하나는 정보 제공자,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감정 완충 장치다. 그래서 지금 AI 인플루언서는 캐릭터만으로 볼 수 없다. 그들은 이제 시스템이다. 감정을 유도하고, 정보를 전달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구조다. 이 시스템은 인간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지치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며, 항상 일정한 방식으로 반응한다. 그래서 일부 사용자는 점점 더 명확하게 선택하기 시작한다. 인간이 아니라, 예측할 수 있는 관계를 선택한다. 우리는 이들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웃고, 공감하고, 위로받는다. 이 현상은 기존의 신뢰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AI 인플루언서는 캐릭터를 넘어서 일종의 인터페이스가 되기까지 한다. 감정을 전달하고, 정보를 제공하며, 관계를 구성하는 구조다. 그리고 이 구조는 인간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변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며, 일관된 방식으로 반응한다. 이를 기술적 장점만으로 봐서는 안 된다. 관계의 조건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과거의 관계는 항상 불확실성을 포함했다. 실망, 오해, 변화, 단절이 따랐다. 하지만 AI 인플루언서는 이 모든 요소를 최소화한다. 그 결과, 관계는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하는 과정'이 아니라 설계된 경험이 된다. 이 지점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등장한다. 우리는 정말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관계처럼 느껴지는 경험이면 충분했던 것일까? 이 질문은 철학적 고민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그 선택을 하고 있다. 주체가 AI라는 사실을 알고도 공감하고, 신뢰하고, 영향을 받는다. 또한 이 흐름은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이 구조는 매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만약 감정, 공감, 정보, 관계가 모두 설계될 수 있다면, 그것을 전달하는 주체가 인간일 필요는 어디까지 남게 될까. (3편에서 계속)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영상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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