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쿠바와 석유 거래하는 나라에 관세 부과" 행정명령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바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에 따라 쿠바와 석유 거래를 하는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행정명령에서 "쿠바 정부의 정책과 관행, 행동은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에 대해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을 구성한다"며 이와 관련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 정권이 러시아, 중국, 이란, 하마스, 헤즈볼라를 포함한 수많은 적대국, 초국가적 테러 단체, 미국에 적대적인 악의적 행위자들과 결탁하고 지원을 제공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쿠바가 미국에 위험한 적대 세력을 노골적으로 수용하며 미국의 국가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정교한 군사 및 정보 능력을 쿠바에 배치하도록 초청하고 있다"면서 쿠바가 러시아의 해외 신호 정보 시설을 수용하고 있고, 중국과도 심층적인 정보·국방 협력을 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정부는 쿠바에 석유를 직·간접적으로 판매하거나 기타 방식으로 제공하는 국가의 미국산 수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미국은 북미와 중남미를 아우르는 서반구 지역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차단을 주요 외교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앞서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작전을 벌인 이유 중 하나도 중국과 러시아의 역내 영향력 증대를 차단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쿠바 관련 조치 역시 쿠바의 석유 수입을 차단함으로써 붕괴 직전의 쿠바 경제를 더욱 옥죄고, 이를 통해 쿠바 정권 교체까지 노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쿠바 관세 행정명령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이뤄졌다. 이 법은 '흔치 않고 보기 드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특정 금융 거래를 규제할 광범위할 권한을 대통령에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에도 이 법에 근거해 대규모 무역 적자가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이라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이 조치의 적법성 여부를 심리 중이다.
한편,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미국으로의 마약 유입에 대해 고강도 단속 작전을 벌여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약중독자 지원을 위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중독 회복과 치료, 예방을 지원하기 위해 연방정부, 주 정부, 지방정부, 민간 부문의 자원을 한데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백악관에는 마약 중독 대응 전담 조직인 '위대한 미국 회복 이니셔티브'(Great American Recovery Initiative)가 출범한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중독회복 수석보좌관이 공동의장을 맡고, 법무부·내무부·교육부·노동부 등 관계 부처 장관이나 그들의 지명인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이 기구는 연방정부의 중독 질환 대응을 총괄 조정하며, 예방·치료·회복 지원을 공중보건·의료·형사사법 등 전 영역에 거쳐 통합 관리하고 관련 예산과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백악관에 따르면 전체 미국인의 16.8%(4천840만명)가 중독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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