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총통 "中, 2027년 무력통일 목표…방위비 대폭 확대"(종합2보)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의 군사적 압박과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직면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향후 한화 58조원 규모의 추가 국방 예산 등 방위비 증액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라이칭더 총통은 26일 오전 국가안보고위급회의를 소집한 뒤 연설에서 "베이징 당국은 2027년 '대만 무력 통일' 완성을 목표로 삼고, 대만 침략 군사 준비를 가속하면서 대만 주변 훈련과 회색지대 침범을 지속하고 있다"며 "무력 외에도 법률전·심리전·여론전을 강화하면서 세계에서 대만 주권을 소멸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 총통은 "'민주 대만'은 주권 독립 국가로, 국민과 국제 친구는 우리나라를 중화민국이나 대만, 혹은 중화민국 대만이라고 부른다"면서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으며, 대만 주권은 침범·병탄을 불허한다. 이것이 우리가 지키려는 현상(現狀)"이라고 했다.
그는 국가 안보 부문과 관련 부처가 상설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대만 사회 결집과 우방국 여론전 등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대만 정부 정책이나 선거에 중국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막겠다고도 공언했다.
그러면서 라이 총통은 2027년 전에 대만군 연합전투부대가 고도의 전투대비태세를 확립하도록 해 중국 위협을 억제하고, 2033년까지 전면적 억제 방어 전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라이 총통은 내년 국방 예산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기준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으로 올리고 2030년까지 GDP의 5%에 도달하게 할 계획임을 재확인했다.
특히 향후 8년(2026∼2033년)에 1조2천500억 대만달러(약 398억6천만 미국달러)의 특별국방예산을 만들어 다층 방어·고도 감지·효과적 요격이 가능한 '대만판 아이언돔'(T-Dome) 구축과 첨단 기술·인공지능(AI) 도입, 정밀 타격이 가능한 방어 작전 체계 구축 등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들어 끊임없이 국방 지출 확대를 요구받아온 라이 총통은 이날 미국 유력 매체를 통해 직접 국방비 지출 확대 의지를 표명했다.
라이 총통은 특히 '400억달러 특별국방예산'에 대해선 "이 획기적인 패키지는 미국으로부터의 주요 신규 무기 구매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대만의 비대칭 역량도 크게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 레이먼드 그린 사무처장은 대만의 '400억달러 특별국방예산'을 환영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미국은 대만이 억지력 강화에 필요한 핵심 비대칭 능력을 빠른 속도로 획득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중국은 비교적 간략하게 반발 입장을 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라이 총통의 국방 예산 발표와 그린 사무처장의 언급에 관한 질의에 "미국과 대만의 공식적·군사적 교류에 반대한다는 중국의 입장은 일관된다"며 "대만 민진당 당국이 무력으로 통일에 거부하고 독립을 도모하는 것은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라이 총통은 이날 WP 기고문에서 첨단 투자와 방위 산업 기반 확대, '이념이 가까운' 국가들과의 협력 및 대만 제조 역량을 활용한 방위 공급망 강화 등으로 위협에 대응하고, 국내외 일자리를 늘리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는 "국제 사회가 대만해협 평화를 위해 계속해서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준 것에 감사하고 있으며, 최근 일본과 미국, 유럽, 한국, 호주, 뉴질랜드, 주요 7개국(G7)의 성명은 모두 역내 억지력 강화에 기여했다"면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적으로 미국 리더십의 중요성을 분명히 해준 것에 감사하고 있고, 국제 사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힘을 통한 평화 추구 덕분에 더 안전해졌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대만이 미국에 '보호비'(protection fees)를 내야 한다며 국방비를 GDP의 10%까지 늘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중국의 공세 강화로 대만해협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로부터의 관세·방위비 압박까지 겹친 대만은 TSMC 등 첨단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와 방위 지출 증대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8월 대만 정부는 9천495억 대만달러(약 44조2천억원) 규모의 국방예산을 포함한 내년도 중앙정부 총예산안을 확정했다. 내년 대만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22.9% 높아진 것이자 GDP의 3.32%에 해당하는 액수다. 대만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3%를 넘어선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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