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도 안 쓰고 킥보드 씽씽…잡고 보니 무면허 고등학생(종합)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면허 없이 킥보드 타면 안 되는 거 몰랐어요?"
25일 오후 3시께 서울 테헤란로.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 권지훈 경사의 물음에 진술서를 쓰던 A(17)군이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A군은 안전모 없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한티역 인근에서부터 2㎞가량을 활보하다가 단속에 적발됐다. 조회 결과 원동기장치 면허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범칙금 10만원이 부과된 A군은 "공유 킥보드를 타고 학교에 가는 길이었다"며 "킥보드 대여 업체에는 제 이름으로 가입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왜 면허도 없이 킥보드를 탔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아무 답도 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경찰은 A군의 진술을 근거로 킥보드 업체에 형법상 무면허운전 방조 혐의를 적용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서울 전역에서는 이륜차와 자전거,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의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대대적인 불시 단속이 이뤄졌다. 31개 경찰서 교통경찰과 함께 서울경찰청 교통순찰대·교통기동대 등 354명이 투입됐다.
테헤란로에서는 '교통 싸이카'(순찰 오토바이) 12대가 쉴 새 없이 주변을 맴돌았다. 교통법규 위반이 적발되자 줄행랑치는 오토바이의 차량번호를 여러 차례 부르며 뒤쫓기도 했다.
50대 배달기사 이모씨는 모터 힘만으로 바퀴가 돌아가는 '스로틀형' 전기자전거를 타고 인도를 넘나들다 적발됐다. 이씨는 "판매 업체가 다 가능하다고 했던 건데 억울하다"고 말했으나 곧이어 무면허가 들통나 범칙금 10만원을 물어야 했다.
이곳에서는 단속이 이뤄진 1시간 30분 동안 끼어들기와 안전모 미착용, 신호 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 22건이 적발돼 범칙금이 부과됐다. 4분마다 한 대꼴이다.

동대문구 회기역 앞에서는 끼어들기를 하다 적발된 배달 기사가 "이게 왜 법규 위반인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한동안 면허증을 보여주지 않고 버티기도 했다.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에서도 분홍색 오토바이를 몰던 미성년자가 헬멧 미착용으로 범칙금 2만원이 부과됐다.
이 운전자는 되레 경찰에게 "어차피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거니 범칙금 통보서를 버리라"고 화풀이하고는 '부르릉' 배기음을 내며 떠났다.
이날 2시간 간의 불시단속 결과 서울 전역에서 신호 위반과 무면허 등으로 모두 270건(이륜차 230건·PM 40건)이 적발됐다.
사고가 많은 강남·동대문·송파·관악경찰서에 투입된 교통 싸이카 48대도 법규를 위반한 43대를 잡아냈다.
경찰은 올해 1∼10월 서울의 이륜차 사고 사망자가 22명으로 작년 33명에 비해 감소 추세이나, 지난달에만 사망 사고가 4건 발생하는 등 다시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인천 연수구에서는 무면허 중학생 2명이 탄 전동킥보드에 치인 30대 여성이 머리를 크게 다치는 등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임성민 동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이륜차와 PM은 차체가 없어서 사고가 나면 운전자 본인도 굉장히 위험하다"며 "지나가는 시민들에게도 위협과 불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바쁘더라도 안전 운전을 꼭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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