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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논란'에 고개 숙인 국가유산청…장관은 "제재 고민"(종합)

연합뉴스입력
허민 "국가유산 보존·관리 책임자로 송구…소홀함 없도록 할 것" 종묘 '차담회'에 경복궁 '왕의 의자'까지…임오경 "관련 공무원 업무서 배제해야"
김건희 근정전 어좌 착석 관련 답변하는 황성운 전 비서관(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황성운 전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및 산하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경복궁 근정전 어좌 착석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9 utzz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국가유산 '사적 유용' 논란에 대해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고개를 숙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에서 열린 비공개 '차담회'에 이어 국보 경복궁 근정전의 어좌(御座·임금이 앉는 자리) 문제까지 불거지자 뒤늦게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가유산을 보존·관리하는 책임자로서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으로 사과했다.

허 청장은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관해 "국민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사적 행위이고, 누구도 해서는 안 되는 특혜로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면서 "앞으로 국가유산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고, 규정을 엄격하게 다시 만들고, 절차에 소홀함이 없게 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였다.

다만, 허 청장은 올해 7월 취임해 국가유산청을 이끌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당시는 최응천 전 청장 재임 시절이다.

국가유산청은 내부 감사에 착수해 당시 상황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청장은 김 여사와 관련한 의혹을 전수 조사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 질의에 "지금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과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국회방송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조 의원은 "김건희의 발길만 닿으면 종묘가 카페가 되고, 어좌는 개인 소파로 전락하고, 박물관 수장고는 개인 서재로, 명성황후 침전은 침실로 취급된다"며 강한 어조로 질책했다.

그러면서 "소중한 국가유산을 수호해야 할 국가유산청이 이를 막아서기는커녕, 오히려 김건희의 국가 모독, 국정농단 행위를 비호하고 가이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허민 청장은 굳은 표정으로 "철저히 전수조사"하겠다고 약속하며 "(감사 업무를 맡을) 법무감사담당관실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당시 궁궐, 종묘 등에서 근무한 관계자를 중심으로 김 여사가 방문했을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규정을 위반한 정황이 없는지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수장고 출입 관련 답변하는 정용재 고궁박물관장(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및 산하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고궁박물관 수장고 방문 논란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9 utzza@yna.co.kr

이날 국감에서는 김 여사의 국가유산 사적 유용에 관여된 공무원을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도 제기됐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건희 국가유산 사적 유용에 관련된 공무원들을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조치를 취해 주기를 바란다"며 "위원장이 문체부 장관과 국가유산청 청장에게 요청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단지 지난 정부의 과오 때문에 (공무원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해"라며 반대 의견을 내놓자, 김교흥 문체위 위원장이 "여야 간사와 협의를 통해서 결정하겠다"고 중재했다.

이후에도 관련 공무원 직무배제를 두고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최휘영 장관은 "주요한 직책에서 이 일에 깊게 관여된 분들에 대해선 진상조사를 위해 업무 배제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다만 "대부분의 공무원은 깊게 관여돼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돌아가서 어떤 부분까지 제재해야 할지 고민해보겠다"고 신중하게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답변하는 최휘영 문체부 장관(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및 산하기관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9 utzza@yna.co.kr

정치권과 문화계 안팎에서는 김 여사가 경복궁, 종묘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유산을 '사적 유용'했다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해 9월 3일 세계유산인 종묘에서 외국인을 비롯한 외부인과 '차담회'를 열었으며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신실까지 둘러본 것으로 확인됐다.

신실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神主·죽은 사람의 위패)를 모시는 공간이다.

그에 앞선 2023년 9월 12일에는 평소 내부 관람 및 출입이 제한되는 경복궁 근정전에 들어가 임금이 앉는 의자인 어좌에 올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답변하는 황성운 전 비서관과 정용석 이사장(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황성운 전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과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오른쪽)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및 산하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경복궁 근정전 어좌 착석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9 utzza@yna.co.kr

김 여사는 2023년 3월 2일에는 조선 왕실 유산이 보관된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를 찾았으나, 관련한 방문 기록이 누락된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잇단 논란을 둘러싸고 국가유산청 안팎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가유산청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도 방문 목적을 확인하고 기록을 남기는 게 기본"이라며 "가장 중요한 기본 사항을 놓치다 일이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문화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 일정이라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임하는 게 그동안 관행이었다"며 "이번 기회에 체계를 정비하고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정 들어서는 윤석열·김건희[사진공동취재단 제공] 2025.9.26 2025.9.24

y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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