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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전부터 준비 시작…中 희토류 무기화 '1년'

연합뉴스입력
NYT "中, 정교한 규제 세트 만들어…자국 경제 피해도 감수"
중국 장시성의 희토류 광산[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오는 30일로 다가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에서 핵심 의제로 부상한 희토류와 관련해 중국이 1년 전부터 단계적으로 이른바 '무기화'를 준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을 사실상 꼼짝 못 하게 만들고 있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대한 즉각적인 맞대응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친 철저한 계획하에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투기, 반도체, 자동차 등 다양한 군수·민간 용품을 만드는 데 절대적인 원료인 희토류를 통제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하게 된 중국은 이미 1년 전에 전 세계 사용 현황 파악에 나섰다.

NYT는 중국이 최근 1년 동안 보여준 희토류 관련 조치들을 일일이 분석하면서 "1년 전부터 중국은 세계 국가들에 필수적인 광물의 수출 통제를 포함한 정교한 규제 세트를 만들어왔다"고 진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0월 1일 희토류 수출업자들에게 해외 고객사들로부터 희토류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 조치는 전 세계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희토류 종류와 양에 대한 종합적인 로드맵을 중국 상무부가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이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해 11월 재집권에 성공하기 전이었다.

중국은 전자기기와 전기모터에 사용되는 전 세계 희토류 자석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국가이자 초고순도 디스프로슘의 고난도 정제 기술을 완전히 숙달한 유일한 국가이고, 자동차에 사용되는 일부 소형 자석의 유일한 생산 국가라고 NYT는 짚었다.

같은 해 12월 4일 중국은 희토류가 아닌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텅스텐 등 4종에 대한 수출을 통제했다.

이후 이듬해인 올해 4월 중국은 희토류 원소 7종과 희토류 자석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34% 부과 엄포에 내놓은 맞불 작전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재고를 소진하는 한편 생산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6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7종 중 군수용 자석에 필수적인 사마륨의 수출은 제한된 상태다. 중국은 사마륨의 유일한 생산국이기도 하다.

이후 이달 9일 중국은 다시 초대형 조치들을 내놓았다. 희토류 채굴에서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에 필요한 기술이나 정보를 해외로 이전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중국의 통제에 미국 등이 희토류 자립 움직임을 보이자 관련 인력과 기술까지 틀어쥐겠다는 포부로 읽혔다.

또 중국은 다음 달 8일부터 희토류 원소 처리에 필수적인 용광로와 화학물질 등 장비의 수출을 금지했다.

수출 통제 대상도 늘렸다. 기존 7종에 5종을 추가했고 희토류 자석과 기타 소재도 포함했다.

오는 12월 1일부터는 0.1% 이상이 희토류로 구성된 자석이 당국의 승인 없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국이 내놓은 일련의 통제 조치는 미국의 관세 등 압박을 방어하는 데 주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신뢰할 만한 공급자라는 자국의 이미지를 깎아 먹고 자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위험까지 감수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UPI·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suk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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