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경주 APEC 정상회의 주간 D-1…"준비 끝" 고조된 분위기

(경주=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오늘이 마지막 정상회의장 작업입니다. 내일부터 작업은 없습니다."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 시작을 하루 앞둔 26일 경북 경주 일대는 벌써 행사 분위기로 고조되고 있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보문단지 내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주변에서는 일찌감치 보안 작전에 착수한 듯한 경비 요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경비 요원들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정상회의장 내외부를 둘러보며 막바지 점검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보문로 양옆으로는 경찰이 질서 유지용으로 쓰는 펜스 등이 줄지어 설치됐다. 각국 정상 경호와 환영 인파 관리를 위한 것처럼 보였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와 국제미디어센터 등 APEC 관련 시설 공사는 사실상 마무리돼 행사 시작을 기다리는 듯했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 내외부에 설치된 조명은 밝게 켜졌고 일부 정리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외부에 쌓여 있던 자재들은 말끔하게 정리됐다.
진입이 금지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었으나 통유리로 바라본 경주화백컨벤션센터 내부는 탁 트인 복도와 높은 천정으로 인해 시원한 개방감을 줬다.
또 대형 전광판에서는 여기가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장임을 알리는 영상이 송출돼 분위기를 돋웠다.
한 현장 작업자는 "내일부터 작업을 할 수 없다고 들었다"며 "전기 시설 점검·보완 마무리 작업을 오늘 다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문단지를 걷던 시민들도 APEC이 코 앞에 다가왔음을 실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남 창원에서 온 안현태(32) 씨는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경주에 들렀다가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고 해서 와봤다"며 "버스나, 택시, 현수막 등 여기저기에 APEC 문구가 있어서 곧 APEC이 열린다는 게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의 '꽃'으로 불리는 만찬장인 라한셀렉트 경주호텔 내 컨벤션홀은 오고 가는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앞서 매주 주말이면 결혼식 등 각종 행사로 활용되던 것과 달리 외부인 출입은 통제됐다.
만찬장 앞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만찬에 활용할 영상 콘텐츠 리허설과 시설 점검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짧게 말했다.
호텔 1층 로비에는 이미 자원봉사자들이 배치돼 외국인 응대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당초 만찬장으로 활용될 계획이었던 국립경주박물관에 건립된 APEC 시설에서도 APEC 주간을 앞둔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해당 시설에서는 APEC 서밋 행사인 '한화 퓨처테크 포럼: 방위산업'을 위해 관계자들이 현수막을 내걸거나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여기서 원래는 정상회의를 하려고 했었다", "이거 짓는데 80억원이 들었다더라" 등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앞서 경북도는 정부를 상대로 해당 시설에서 미·중 정상회담이나 각국 정상 회담을 개최해달라고 건의한 상태다.
이와 관련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다양한 행사가 열릴 것으로만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루 뒤 APEC 주간이 시작된다는 점은 관광지인 황리단길을 비롯한 경주 시내에서도 감지됐다.
비가 내리면서 평소보다 유동 인구가 많지는 않았으나 APEC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외국인 등 관광객들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충남 당진시와 경기 부천시 등 전국에서 투입된 경찰 순찰차와 기동 순찰 차량을 비롯해 소방차들도 예행연습을 하는 듯 곳곳에서 목격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사실상 경주 APEC을 위한 준비는 다 마쳤다"며 "성공적으로 행사를 개최하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에서는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최종고위관리회의,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 APEC CEO 써밋, APEC 정상회의 등이 차례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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