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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무차별 드론공격, 유치원도 강타…아이들 48명 극적 구조

연합뉴스입력
'살신성인' 구조대원·시민들, 아이들 품에 안고 불타는 유치원 탈출 젤렌스키 "유치원 공격 정당화 못해"…러, 민간시설 겨냥 공격 증가
지난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사태국의 올렉산드르 볼로부예우 소장이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한 유치원에서 구조한 아이를 끌어안고 탈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사태국 제공 사진.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사태국의 올렉산드르 볼로부예우 소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드론의 공격을 받은 유치원에 아이들을 구하러 달려간 구조대원 중 한명이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면서 몸을 약간 비스듬히 틀어 공중에 흩날리는 잔해와 연기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동시에 긴박한 표정으로 분홍색 신발을 신은 아이를 자신의 코트로 감싸 안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러시아 드론이 타격한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의 한 유치원에서 벌어진 이 구조 장면을 담은 사진은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구조대원과 시민들의 용기 있는 행동 덕분에 당시 불타는 유치원 건물 대피소에 갇혔던 어린이 48명이 극적으로 구조됐다고 영국 BBC 방송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드론 공격에 공습경보가 울린 직후 아이들이 모두 유치원 지하에 있는 대피소로 피신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22일(현지시간) 구조대원과 시민들이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한 유치원에서 구조한 아이를 끌어안고 탈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사태국 제공 사진.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유치원 건물에서는 지붕이 무너진 가운데 계속 불길이 타오르고 연기와 먼지가 자욱해 여전히 위험했다. 아이들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볼로부예우 소장의 동료들과 구조를 돕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은 차례로 아이들을 한명씩 품에 안고 나왔다. 이들은 잿더미와 연기를 헤치며 탈출하면서 아이들을 안심시켰다.

이후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수백미터 떨어진 안전지대에 있는 임시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살신성인으로 아이들을 구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웅'이 된 볼로부예우 소장은 "유치원이 공격받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며 "당연히 그 안에 아이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에 급해졌다"고 회상했다.

특히 러시아가 같은 목표물을 두 번 공격하는 이른바 '더블 탭' 전술을 종종 사용하는 탓에 구조대원과 시민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황급히 아이들 구조에 나섰다.

실제로 유치원 공격 다음 날 하르키우 인근 마을에서 러시아에 의한 공격이 또 한 번 발생해 소방관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Russia Ukraine War지난 2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한 유치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사태국 제공 사진.[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하르키우에 있는 '허니 아카데미' 유치원이 왜 폭발물 50㎏를 탑재한 이란제 샤헤드 드론의 공격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러시아는 주거 지역을 의도적으로 공격한 적이 없다고 거듭 부인해왔으나, 이 유치원 근처에 군사 목표물은 없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이 의도적이었다고 규정했다.

유치원 공격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치원 공격은 절대 정당화할 수 없다"며 "분명 러시아는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가 전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 절박한 전술로 전환했다고 보고 있다.

BBC는 "순간 포착된 유치원 구조 장면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은 민간 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늘리는 러시아의 새 전략을 직시했을 뿐 아니라, 동시에 자국민의 끈질긴 회복력과 저항 의지를 뚜렷하게 보았다"고 전했다.

ric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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