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보다 더 위기" 발길 뚝 끊긴 캄보디아 한국식당

(프놈펜=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매출이 완전히 밑바닥으로 떨어졌어요. 20년 가까이 여기서 식당을 했는데 지금이 최대 위기입니다."
25일 오전 11시께(현지시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 한국식당은 점심시간인데도 손님 없이 텅 비어있었다. 2007년부터 이 식당을 운영해온 한국인 김금옥(67)씨는 기자와 대화하며 한숨을 지었다.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캄보디아 내 한국인 감금·폭행·살인 사건의 여파로 여행객 불안이 확산하면서 현지 교민들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씨는 "2020년 코로나19로 2년 동안 힘들다가 이제야 조금 숨통이 트였는데 (최근 사태로) 집세도 못 낼 지경이 됐다"며 "우리는 매출이 80%가 줄었지만, 인근 구도심은 '죽음의 도시'가 돼버려 아예 매출이 '0'인 곳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기자가 이 식당에 머문 1시간여 동안 점심을 먹으러 온 손님은 겨우 두 명이었다.
적지 않게 오던 현지 캄보디아인들도 '한국이 태국과 손잡고 캄보디아를 압박한다'는 식의 근거 없는 반한(反韓) 감정이 확산하며 발길이 끊겼다고 한다.
사정이 어렵기는 현지 여행사도 마찬가지다.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제보팀장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82.4%는 '캄보디아 사태가 동남아 해외여행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10년 된 여행사 대표인 황준우(49)씨는 "캄보디아 사태 이전에 스물네 팀의 예약이 잡혀있었는데 스무 팀이 취소했다"며 "성수기 골프 여행을 즐기러 온 손님들도 뚝 끊겨 모집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태국과 베트남 등 인접 국가에서도 예약 취소가 이어지면서 여행사들에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전날 자정께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캄보디아에 도착한 항공기에서도 탑승객 중 한국인은 열 명 남짓이었다. 대부분 국제결혼을 마치고 혼인신고 등을 위해 잠시 캄보디아를 찾는 이들이었다.
교민들 사이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람들이 캄보디아라고 하면 흉악한 범죄부터 떠올리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김씨는 지난해 범죄 단지에서 탈출한 한국인 네 명을 구조하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숙박과 비자 발급 등 사비를 써가며 물심양면으로 도왔다는 그는 "이젠 캄보디아에서 왔다는 이야기도 못 할 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교민들은 이번 사태가 제대로 수습돼 하루빨리 일상을 되찾길 기대했다.
김씨는 "한국 공항에서부터 캄보디아로 오는 사람들이 범죄와 연루된 건 아닌지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며 "캄보디아 사람들과 교민들 모두를 범죄자로 낙인찍는 행동도 제발 멈춰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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