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셧다운 돌입 당일, 백악관-민주당 '네탓 공방' 여론전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미국 연방정부가 1일 0시 1분(현지시간)을 기해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간 가운데, 백악관과 민주당은 셧다운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며 여론전을 본격화했다.
이날부터 상당수 공공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면서 당장 시민들이 불편을 겪게 된 만큼, 셧다운을 초래한 원인이 상대에게 있다고 주장해 비판을 최소화하고 여론을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양측은 특히 의회에서 예산안 처리가 불발된 핵심 쟁점이었던 건강보험 문제를 놓고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민주당은 수년간 세금으로 지원되는 의료 혜택을 불법 체류 외국인들에게 제공해왔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대로 이를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또 "상원 민주당은 정부를 셧다운시키고 경제를 볼모로 잡고 있는데, 그들이 불법 이민자들에게 그 혜택을 다시 제공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엑스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이 연방 정부를 셧다운시킨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불법 체류자들에게 무료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날부터 홈페이지 최상단에 '민주당이 정부를 셧다운시켰다'는 문구와 함께 셧다운 돌입 이후부터의 경과 시간을 초 단위로 실시간 업데이트하고 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0시 직후 엑스에 올린 글에서 "이제 자정이다. 공화당이 미국 국민의 건강보험을 보호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화당의 셧다운이 이제 막 시작됐다"며 "우리는 미국 국민들을 위한 싸움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슈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불법 체류자들에게 무료 의료 혜택을 제공하려고 해서 셧다운이 초래됐다는 백악관의 주장에 대해 "거짓말"이라며 "단 한 푼의 연방 달러도 서류 없는 이민자(undocumented immigrants)에게 건강 복지를 제공하는 데 쓰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은 여러분의 건강보험을 보호하기보다는 거짓말을 하고 정부를 셧다운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셧다운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전날 자정 회계연도 종료까지 연방정부 가동을 위한 임시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발생했다.
핵심 쟁점은 민주당이 요구하는 '오바마 케어'(ACA) 보조금 지급 연장, 메디케어 예산 삭감 복구였다. 공화당은 이런 복지 정책의 수혜자 가운데 불법 이민자들이 포함돼있다는 이유 등으로 이에 반대했다.
양측이 입장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면서 셧다운 사태가 이른 시일 안에 끝나지 못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은 굴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고, 공화당도 합의를 타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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