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KT 소액결제 사건 피의자 중국인 2명 내일 구속 송치(종합)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김솔 기자 =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피의자인 중국 국적의 남성들을 구속 상태로 25일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KT가 이 사건과 관련해 확인한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의 ID 4개를 확인했다고 밝힌 가운데 해당 ID는 모두 이들 일당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범행 핵심 장비인 펨토셀을 중국 반출 직전 가까스로 확보한 경찰은 일단 구속기간이 만료된 피의자들을 우선 송치하고, 민관합동조사단과의 검증 작업을 통해 펨토셀의 작동 방식과 원리를 밝힐 방침이다.

◇ 인구밀집지·새벽시간대 노려…"상선 지시 따랐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침해) 및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등 혐의로 중국동포 A씨(48)를 구속 상태로 25일 수원지검 안산지청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5일부터 이달 5일까지 자신의 차량에 불법 소형 기지국(펨토셀)을 싣고 경기 광명·부천소사·과천, 서울 금천·동작·서초, 인천 부평 등의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닌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상선은 불상의 방법으로 해당 지역 KT 이용자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모바일 상품권 구매, 교통카드 충전 등의 소액결제를 했다.
경찰이 접수한 피해 규모는 지난 22일 기준 214명에 1억3천650여만원이다. KT가 자체 집계한 피해자 수는 362명이며, 피해금은 2억4천여만원이다. 또 고양시 일산동구도 피해 지역에 포함돼 있어 피해 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조선족으로 한국에서 일용직 근로를 전전하던 A씨는 생활고를 겪다가 중국의 상선으로부터 500만원을 받는 대가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사람이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로 가라", "신호가 잘 잡히는 새벽 시간대에 돌아다녀라"라는 등의 '윗선'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A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범행 장소를 지정받아 차를 몰고 이동했다. 범행 장면이 담긴 CCTV에는 A씨가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 같은 곳을 여러 차례 '빙빙' 도는 모습 등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 "KT가 밝힌 불법 기지국 ID 4개 모두 이들 소행"
경찰은 KT가 이번 사건과 관련한 불법 초소형 기지국 ID 4개를 확인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모두 A씨가 속한 일당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접수한 피해자의 전화번호와 KT가 발표한 ID의 셀값이 일치하는 것을 근거로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KT에 따르면 총 2만여명이 이들 4개의 불법 초소형 기지국 신호를 수신했으며, 해당 기지국 ID를 통해 국제이동가입자식별정보(IMSI)와 국제단말기식별번호(IMEI), 휴대전화 번호가 유출된 정황도 드러났다.
다만 정보 유출 정황에 관해서는 경찰의 수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싣고 다닌 펨토셀로 ID 여러 개를 만들어 범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펨토셀 언제 어디서 왔나…작동 원리도 의문
문제의 펨토셀은 해외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A씨가 범행 직전인 지난 7월 말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윗선으로부터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후 한 달여간 범행을 지속하다가 KT가 비정상적인 소액결제 시도를 차단한 5일 상선의 지시로 일을 멈추고 보따리상을 통해 펨토셀을 중국으로 보내기 위해 사전 조치를 했다.
이어 중국으로 잠시 건너갔다가 자신이 용의자로 특정된 줄 모른 채 한국으로 입국한 16일 오후 2시께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A씨 검거 당일 오후 5시 20분께 평택항 인근에서 중국으로 반출되기 직전 펨토셀을 압수했다.
경찰은 보따리상이 물품 위탁업체로부터 펨토셀을 수령하기 전 A씨 검거에 성공하면서 선수를 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상선으로부터 배운 대로 펨토셀을 조립·구동하는 시연을 해 보였는데, 총 10여분이 소요됐다고 한다.
A씨는 펨토셀을 차에 싣고 다니는 운전수 역할의 '드라이버'일 뿐, 본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범행을 하고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 피해금은 이미 중국으로 송금…남은 수사 과제
A씨 검거 직후 붙잡힌 또 다른 중국동포 B(44)씨는 A씨의 상선이 소액결제 한 건을 여러 차례 교환 과정을 거쳐 지류 백화점 상품권으로 바꾼 뒤 현금화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총 2억원 상당의 범죄 수익 중 자기 몫 1천여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국내 환전소를 통해 중국 계좌로 송금했다.
B씨가 송금한 2억여원에는 지금까지 확인된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 피해금이 모두 포함됐다.
경찰은 불법 자금으로 의심되는 돈을 중국으로 송금하는 데에 공모한 중국 국적의 60대 환전소 업주도 입건했다.
경찰은 서로 모르는 사이로 알려진 A씨와 B씨에게 각각 범행을 지시한 윗선이 누구인지, 몇 명이나 되는지, 그리고 이들이 조직한 범죄 집단이 실재하는지에 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구속 기간 만료에 따라 B씨 역시 우선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남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향후 경찰은 민관합동조사단과 함께 펨토셀의 작동 방식과 원리에 대한 조사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아울러 이 사건을 일으킨 일당이 소액결제 범행에 필요한 개인정보 등을 어떻게 취득했는지 수사하고, KT 서버 해킹 의혹에 대해 경찰청이 내사(입건 전 조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 두 사안 간의 연관성도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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