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정장에 수용번호 4398 배지 단 김건희…직업 묻자 "무직"(종합)

(서울=연합뉴스) 한주홍 이도흔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는 24일 검은 정장 차림에 가슴 쪽에는 수용번호를 단 채 법정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10분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김 여사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전직 영부인이 피고인으로 재판에 출석하는 건 헌정사 처음이다.
이날 김 여사의 재판이 진행된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 중법정에 마련된 약 100개 좌석 중 90여개 좌석이 취재진과 방청객들로 북적였다.
김 여사는 낮 12시 35분께 서울남부구치소를 출발해 1시 25분께 서울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한 뒤 구치감에서 대기하다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오후 2시 9분께 입정해 법정 촬영 허가 사유와 촬영 시 유의사항 등을 설명한 뒤 "피고인 들어오라고 하시죠"라며 김 여사를 불렀다.
김 여사는 검은 정장 차림에 뿔테 안경을 쓰고 흰색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들어왔다. 머리는 뒤로 묶었고, 왼쪽 가슴엔 수용번호 '4398번'이 적힌 배지가 달렸다.
양 손을 앞에 모으고 들어선 김 여사는 피고인석에 앉기 전 방청석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후 1분가량 언론사들의 촬영이 이뤄졌고, 촬영 인원이 모두 철수한 뒤 본격적인 공판이 시작됐다.

김 여사는 진술거부권을 고지한 뒤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냐고 묻는 재판부 질문에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들이 참여해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 방식이다. 법조인인 특검팀 검사와 변호인 사이의 공방과 달리 배심원을 설득하는 과정이 들어간다. '국민 여론'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김 여사 입장에서는 더 낫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어보인다.
피고인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에서 생년월일을 묻는 말엔 "1972년 9월 2일"이라고 언급했고 "직업이 없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는 "네. 무직입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본적을 확인하는 질문과 주소 변동사항이 있을 시 알려달라는 재판부 당부에도 "네 알겠습니다"라고 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김 여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거나 살짝 고개를 떨궜다.
중간중간 옆자리에 앉은 최지우 변호사, 채명성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약 40분 만인 오후 2시50분께 재판이 종료되고 재판부가 퇴정한 뒤에도 김 여사는 변호사들과 1분여간 대화를 나누다가 법정을 떠났다.
김 여사 측 유정화 변호사는 김 여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냐는 취재진 질문에 "별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접견 관련한 이야기를 했다"며 "재판 중계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 모두 반대 의견"이라고 밝혔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2012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8억1천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지난 달 29일 구속기소 됐다.
2021년 6월∼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합계 2억7천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공모해 2022년 4∼7월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교단 지원 관련 청탁을 받고 고가 목걸이 등 합계 8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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