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50㎜ 폭우에 상가는 흙탕물·집은 단수…"언제 치우나"(종합)

(군산=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밤사이 한숨도 못 잤죠. 부지런히 치워야 오늘 오후부터 장사할 텐데, 걱정이네요."
전북 군산에 시간당 150㎜ 이상의 강한 비가 쏟아진 7일.
이른 아침인 오전 8시 30분께 군산시 나운동의 한 도로는 폭우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상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상습 침수 구역인 이곳은 인근에 들어선 아파트들과 초등학교 주변으로 상권이 형성돼있다.
치킨집에서 만난 최혁(61)씨는 "옆 가게 사장님이 도로가 잠기고 있다고 연락해서, 밖으로 나와봤더니 도로에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 있었다"며 "그때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집으로 돌아갔다가 오전 6시께부터 나와서 청소하고 있다"고 이날 새벽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다행히 닭을 보관해두는 냉장고는 약간 높은 쪽에 두어서 정상 작동이 되는데, 낮은 곳에 둔 설비들이 문제"라며 "닭은 매일 소진해야 하는 양이 있기 때문에 일단 되는 데까지 청소하며 장사 준비를 해보려고 한다"며 빗자루를 바쁘게 움직였다.

치킨집 맞은편의 과일가게에서도 김동환(38)씨와 그의 어머니가 젖은 과일상자를 추리고 있었다.
먹구름에 가려 해는 한 조각도 보이지 않는데도 김씨의 얼굴은 온통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김 씨는 "물이 가게 안쪽으로까지 밀려오지 못하도록 한밤중에 어머니가 가게에 나와 입구 쪽을 걸레 등으로 막았다"며 "일단 쓸만한 과일이 있는지 골라내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 주인들이 조금씩 폭우의 흔적을 씻어낼 때마다 상가 인근에는 이들이 모은 쓰레기봉투들이 하나둘씩 쌓여갔다.
원활한 배수 등을 위해 맨홀 뚜껑으로 떠밀려 내려온 나뭇가지와 쓰레기 등을 쓰레받기로 걷어내는 모습도 보였다.
폭우 때마다 반복되는 침수에 상인들은 지치고 낙담한 듯했다.
한 상인은 "지대가 낮다고만 할 게 아니라, (기후변화 등으로) 앞으로 비가 더 많이 내릴 텐데 배수 방식 변경 등의 대책을 세웠으면 좋겠다"며 "(상습 침수를 막기 위한 행정의) 무슨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상인들은 이날 밤까지 도내에 30∼80㎜, 많은 곳은 12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여전히 마음을 졸이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나운동에서 차로 5분여 거리 떨어진 문화동의 한 아파트 역시 밤사이 물이 무릎까지 들어찼다.
소방대원 등이 펌프차로 배수 작업을 하면서 이른 오전에 물은 빠졌지만, 전기와 수돗물 공급이 모두 끊겼다.
군산시는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급수차와 생수를 이용해 물 공급을 시작했고, 집에서 커다란 물통을 가지고 관리사무소로 온 주민들은 물을 가득 받아 갔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전록배(70)씨는 "우리 집에는 큰 통도 없어서 물을 가져가기가 어렵다"면서 "게다가 엘리베이터 작동이 안 돼 생수를 받아 가더라도 10층까지 올라가기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물이 없으니 변기도 쓸 수 없다. 먹을 물도 없는데 화장실을 갈 수가 있겠냐"며 "오늘 당장 단수 해결이 안 된다는데, 이 더위에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관리사무소 인근에서는 한국전력공사에서 나온 직원들이 비상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복구지원을 하고 있기도 했다.
이 아파트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 오모(60대)씨는 "밤사이 아파트 현관의 계단 2칸까지 물이 차올랐고, 자정께부터 차를 이동시키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며 "피해는 어쩔 수 없으니 일단 전기와 물이라도 빨리 복구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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