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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만에 산업·에너지 분리…통상대응 약화 우려 시각도(종합)

연합뉴스입력
기업들, 규제논리 강화·전기료 인상 가능성 '촉각'…한수원 노조 '투쟁' 예고 에너지도 관할 나뉘어…석유·가스는 산업부, 원전·재생에너지는 환경부
고위당정협의회, 발언하는 김민석 국무총리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가 7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7 uwg806@yna.co.kr (끝)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정부 에너지 정책 기능이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몸집이 커질 환경부로 넘어간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한 기후 위기 대응 강화, '재생에너지 대전환'에 힘을 싣기 위한 조처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발 통상 위기가 지속 중인 '비상 국면'에서 정부 통상 대응력이 약화할 수 있다거나, 환경부 비대화로 규제 논리가 앞서고 전기요금도 가파르게 올라 기업 경영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7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부서 대부분을 환경부로 넘기는 내용의 정부 조직 개편 방향을 확정했다.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축소된다.

에너지 정책이 산업 정책과 분리되는 것은 1993년 상공부와 동력자원부가 합쳐져 상공자원부가 만들어진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전통적으로 원유와 가스, 석탄 등 에너지를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오일쇼크 등 위기를 여러 차례 겪으면서 안정적 에너지 수급을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각별히 중요하게 여겨왔다.

이번 개편은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시대 준비에 정책 역량을 쏟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로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산업부에서는 탄소중립 전환이라는 시대적 조류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 통상 대응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긴박했던 최근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산업부 협상팀이 조선 등 산업, 에너지 카드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면서 협상 타결을 극적으로 이뤄낼 수 있었다"며 "에너지 기능이 떨어진다면 다시는 이런 기민한 대응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에너지를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기후 위기 대응에 정책 힘이 쏠릴 경우 상대적으로 에너지 수급, 국내외 자원 개발 등 '에너지 안보' 고려가 약화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기후·환경을 중시하는 맥락에서 재생에너지 정책으로의 쏠림 현상이 생기면 전통 에너지의 중요성 인식이 약해질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안보라는 관점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개편이 이 대통령이 공약한 '기후에너지부'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과 환경부의 기후 기능을 각각 떼어 중립 지대로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안과 에너지 기능을 환경부가 가져가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안이 논의됐는데 결과적으로 환경부를 키우는 후자가 선택됐다.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애초 공약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아니라 환경부가 대부로 커지는 결과라 아쉽다"며 "규제 중심인 환경부에 에너지 정책 기능만 옮겨가는 가장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에너지·기후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이지만 석유·가스·석탄 등 전통 에너지 관리 기능만 산업부 잔류하면서 에너지 정책이 '이원화'돼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기존 산업부 2차관이 관장하는 에너지정책실 조직 중 에너지정책관·전력정책관·재생에너지관·원전산업정책국·수소경제정책관 등 대부분이 환경부로 이관되지만 자원개발·석유·가스·석탄·광물 업무를 맡는 자원산업정책국만 산업부에 남는다.

또 원전정책국에서도 원전산업정책과·원전환경과 등 건설·운영 핵심 부서는 모두 환경부로 옮기되 최근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합의 문제로 논란이 일었던 원전 수출 업무를 담당하는 원전전략기획관만 그대로 산업부에 둔다.

이에 따라 산업부 산하 주요 에너지 공기업 중에서도 한전과 발전 공기업들, 한수원은 환경부 소관이 된다. 반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등 공기업은 계속 산업부 소관으로 남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기업들 사이에서도 규제 논리가 한층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비싼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드라이브가 걸리면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상승해 기업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으로 분류되는 철강 업계 관계자는 "산업 정책으로서의 에너지 정책과 환경부의 관점에서 본 에너지 정책은 철학까지는 아니더라도 시각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향후 나올 에너지 정책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전 건설과 운영까지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로 조정되면서 원전 업계에서는 향후 11차 전기본에 반영된 2기를 포함해 신규 원전 건설이 최대한 억제돼 원전 생태계가 다시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 노조는 지난 5일 성명에서 "에너지 정책 환경부 이관은 산업과 에너지를 분리해 국가 경쟁력을 약화하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졸속 결정"이라며 "국가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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