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친환경 외국기업 행세 2천억 꿀꺽…실제론 캄보디아 사기단

(서울=연합뉴스) 이밝음 기자 = 인공지능(AI), 친환경 농업 등 최근 각광받는 사업 아이템을 갖춘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를 가장해 투자금 2천억원 이상을 가로챈 혐의로 국내 총책과 조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정현 부장검사)는 정모씨 등 4명을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사기,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국내에 봉사단체를 가장한 불법 투자금 수신 법인을 설립한 뒤 가입한 회원들에게 '인공지능(AI) 활용 친환경 농업 사업'에 투자하라고 권유해 약 2천200명으로부터 2천15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정씨가 캄보디아에서 중국인들과 범행을 수개월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작년 1월 폐업한 캄보디아 한 호텔에 콜센터를 마련하고 중국과 미얀마 국적 조직원 수십명을 배치했다. 별도로 모집한 한국인 조직원들은 국내은행 계좌 입출금, 투자자 모집을 위한 홍보문구 통·번역 등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캄보디아 내 조직원들은 영국에 본사가 있는 업체의 해외 주재원인 것처럼 속여 국내 봉사단체 회원들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한국지사 대표로 취임한 뒤 영국 본사에서 거액 후원금을 받는 것처럼 행세하며 전국 봉사단체 회원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투자금을 끌어모으고자 직접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하는가 하면 투자자 모집 실적에 따라 회원들에게 고가 승용차나 골드바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봉사단체 회원들이 회사 로고가 새겨진 모자와 조끼를 착용하고 봉사활동 인증사진을 찍으면 후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업체를 홍보하고 신뢰 관계를 쌓았다.
정씨는 한 시사주간지 인터뷰에서 '선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기업철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해외 거점 범죄집단들이 장기간에 걸쳐 고도화된 범행 수법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추세"라며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범죄수익 환수, 상위 모집책 수사 과정에서도 경찰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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