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점령안 거센 저항…트럼프, 말 아끼면서도 "이스라엘에 달려"(종합)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서혜림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완전히 점령하겠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계획이 국내외에서 거센 저항을 맞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및 외신에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영토를 완전히 장악하기 위한 광범위한 공세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안에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이스라엘 인질들의 목숨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가자지구에 거주 중인 팔레스타인인들에게도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내각의 균열도 드러났다. 이날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회의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거론한 가자지구 완전 점령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그 실현 가능성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면서 회의가 연기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이스라엘군 고위 장교들과 전직 고위 지휘관들은 이 계획의 여러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인질들의 목숨이 위험해지는 것은 물론, 이스라엘은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될 수 있는 데다 하마스 전투원이 여전히 존재하는 지역을 이스라엘군이 관리함으로써 추가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가자지구 완전 점령 작전을 에얄 자미르 참모총장에게 지시하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자미르 참모총장은 생존 인질들의 위험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사 평론가 요시 예호슈아 역시 현지 언론에 "인질들이 죽을 것이고, 수많은 이스라엘 병사가 전사할 것이며, 현재 가자시티에 머물고 있는 약 100만명의 민간인을 어디에 수용해야 할지 심각한 병참 문제도 남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전투를 계속할 정당성도, 폐허가 된 곳에 난민 도시를 건설할 정당성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유엔 고위 관계자도 우려를 표명했다. 미로슬라브 옌차 유엔 유럽·중앙아시아·아메리카 담당 사무차장보는 이날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가자 전쟁이 확대되면 "수백만 팔레스타인인에게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며, 가자에 남아있는 인질들의 생명을 더욱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 분쟁이나 더 광범위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군사적 해결책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의 구상에 뚜렷한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말을 아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나는 우리가 그곳에 가서 사람들을 먹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미국의 가자지구 식량 지원에 대한 설명을 앞세웠다.
이어 그는 "그 나머지에 관해서는 내가 정말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그건 상당 부분 이스라엘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해 해안휴양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가 아랍 국가들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꺼내든 가자지구 완전 점령안에 실질적인 내용이 있다기보다는 말치레에 가깝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가자지구에 정착촌 건설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해온 극우 성향 장관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는 위해서라는 관측이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