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이시바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美와 핵공유 생각 안해"(종합)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6일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주도하는 것은 유일한 전쟁 피폭국인 우리나라(일본)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 80년을 맞아 이날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원폭 전몰자 위령식·평화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초래된 참화를 절대로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태평양전쟁 막바지였던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고, 사흘 뒤인 8월 9일에는 규슈 나가사키를 원폭으로 공격했다.
이시바 총리는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비핵 3원칙을 견지하겠다는 뜻을 표명했지만, 핵무기금지조약(TPNW)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은 원폭의 참상과 핵무기 사용 위험성을 강조하면서도 동맹국인 미국의 '핵우산'을 고려해 핵무기 사용·개발 등을 금지한 TPNW에는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핵 군축을 둘러싼 국제사회 분단은 심화하고 안전보장 환경은 한층 엄중해지고 있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핵전쟁 없는 세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피폭자 단체 '니혼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에 경의를 표하고, 피폭자들의 체험이 세대를 넘어 전승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기념식이 끝난 후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을 관람했다. 현직 총리가 히로시마 원폭 투하일인 8월 6일에 이 자료관을 찾은 것은 2022년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이후 3년 만이다.
교도통신은 "핵무기 폐기를 위한 정권의 자세를 알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설했다.
이시바 총리는 평화기념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핵 3원칙을 재검토할 생각은 없다면서 미국 핵무기를 일본에서 운용하는 '핵 공유'는 비핵 3원칙 관점에서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핵무기를 포함한 전력으로 일본 방위에 관여하는 확장억제에 대해서는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시바 총리는 전후 80년 메시지와 관련해 "어떻게 하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지에 대해 50년 담화, 60년 담화, 70년 담화를 고려해 생각하고자 한다"며 발표에 의욕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만난 히로시마 피폭자 단체로부터 TPNW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원폭의 무서운 기억을 계승한다는 사명은 우리의 의무"라고만 언급하며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한편, 마쓰이 가즈미 히로시마 시장은 평화기념식에서 부득이하게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생각은 과거의 비참한 역사에서 얻은 교훈을 헛되이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핵무기 폐기를 향한 생각을 시민사회 총의로 조성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히단쿄 대표위원을 지냈던 고(故) 쓰보이 스나오 씨가 자주 언급했던 '네버 기브 업'(포기하지 마)이라는 문구를 인용한 뒤 "피폭자 체험에 기초해 귀중한 평화에 대한 생각을 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정부를 향해 TPNW 체결국이 될 것과 내년 TPNW 회의 옵서버(참관국) 참가, 재외 피폭자를 포함한 피폭자 지원 강화를 요구했다.
이날 평화기념식에는 역대 최다인 120개 국가·지역 대표와 유럽연합(EU) 대표를 비롯해 약 5만5천 명이 참석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참가자들은 원폭이 투하된 시간인 오전 8시 15분에 일제히 묵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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