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세계

"홀로코스트 원죄 언제까지…" 이스라엘 우군이던 독일도 뒤숭숭

연합뉴스입력
가자지구 인도주의 위기 심화에 안팎서 '과감한 조치' 요구
독일 연방의회 앞 이스라엘 국기(가운데)[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이후 유럽에선 유일하게 이스라엘의 변함없는 우군이었던 독일이 가자지구 인도주의 위기가 악화하면서 '과감한 조치'를 요구받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자지구에서 영양실조, 기아 등 인도주의 위기가 심해지면서 그동안 이스라엘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에게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메르츠 총리 정부가 이스라엘에 강경 대응하고, 독일의 영향력을 활용해 전쟁 종식과 가자 주민 고통 해소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한 해 독일 여론은 이스라엘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메르츠 총리의 주요 연정 상대인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 또는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메르츠 총리의 주요 동료라 할 수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메르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데 반대한다. 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협상을 통해 팔레스타인 국가가 수립돼야 하며, 독일은 이를 위한 과정이 시작되길 원한다고 말한다.

메르츠 총리는 소속 정당 내에서도 다른 압박을 받고 있다. 메르츠 총리 소속 기독민주당(CDU)의 자매정당인 CSU(기독사회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를 직접 지원할 것을 강력 요구해왔다.

독일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서 비롯한 '원죄' 탓에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해 왔다. 독일 정치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진 양국 관계를 '선물'이나 '기적'으로 불렀다.

그러나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자 전쟁으로 인도주의 위기가 커지면서 딜레마가 계속되고 있다.

미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 베를린 지부의 안보 분석가 클라우디아 마요르는 "이스라엘은 일반적인 논쟁 기준이 적용되는 주제가 아니다"라며 "이스라엘 방어와 반(反)유대주의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가 과잉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요르는 길어진 가자 전쟁과 그로 인한 파괴, 기아 등은 독일 내에 사회·정치에 균열을 만들었지만, 이스라엘 문제에 있어 여전히 독일은 '달걀 껍데기 위를 걷듯' 조심스러운 주제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이 주제에 대해선 독일에서 무엇을 하든 비판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글로벌 공공정책연구소 소장 토르스텐 베너는 독일 내 이스라엘 관련 여론 변화를 언급하며 "메르츠 총리는 국내에서, 자신의 연정 내에서, 그리고 유럽에서 보다 단호한 조치를 요구받는 다방면의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너는 메르츠 총리가 할 수 있는 다른 조치들이 있다며, 네덜란드처럼 이스라엘 강경 우파 장관들을 제재하거나 이스라엘로의 무기 운송을 일시 중단하거나, 가자지구 내 부상 어린이들을 국내로 이송하는 등의 방법을 거론하기도 했다.

익명의 독일 고위 정부 당국자는 메르츠 총리가 공개적으로는 이스라엘을 지지하지만 네타냐후 총리와 여러차례 강경하게, 분노에 찬 전화 통화를 하며 가자 전쟁 휴전과 구호품 반입 등을 촉구했다고 NYT에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또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에 더 많은 구호품을 허용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을 요구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1

권리침해, 욕설,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 등을 게시할 경우 운영 정책과 이용 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하여 제재될 수 있습니다.

권리침해, 욕설,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 등을 게시할 경우 운영 정책과 이용 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하여 제재될 수 있습니다.

인기순|최신순|불타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