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후통첩 코앞에 꿈쩍않는 러·중·인도…마이웨이 고수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러시아를 상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라며 제재를 예고한 '디데이'가 코앞으로 다가왔으나 러시아를 필두로 한 3개국에서는 현재로서는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제재 시한이 오는 8일(현지시간)로 임박했는데도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공세를 오히려 끌어올리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최대 큰손인 중국과 인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100% 관세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고 구매를 지속하려는 태세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러시아 크렘린궁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의 발언을 토대로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를 해칠 위험을 우려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목표 달성'을 더 높은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지역을 완전히 장악해 자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목표다.
최근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조금씩 점령 지역을 확대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군 수뇌부는 우크라이나군의 최전방 저지선이 앞으로 2∼3개월 이내에 붕괴할 것으로 보인다고 푸틴 대통령에 보고하기도 했다.

결국 푸틴 대통령은 목표 달성을 단 몇 개월 앞두고 미국의 제재에 굴복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 관계자는 로이터에 "여름 공세를 통해 진격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쟁을 끝낼 논리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이미 3년 반 동안 이어진 경제 제재에 또 다른 추가 제재가 가해져도 심각한 충격은 없을 거라는 러시아 내 시각도 있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위협이 고통스럽고 불쾌하지만, '재앙'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러시아뿐 아니라 인도나 중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2차 제재 부과 예고에 미적지근한 반응이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쟁 중단을 압박하는 추가 제재를 예고하면서 러시아 원유를 구매하는 국가에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협박한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의 38%를 수입하고 있으며, 중국은 47%를 사들이고 있다.

인도에서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발심도 감지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일 인도에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한국·일본·유럽연합(EU)의 미국 수출품에 매겨지는 관세 15%를 훌쩍 뛰어넘었고,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등 대다수 인도네시아 국가의 관세율(19∼20%)보다도 높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관세 발표 후 연설에서 세계적 경제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경제 자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모디 총리가 지난 2월 백악관 방문 당시 겉으로는 환대받았지만, 비공개 회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골적으로 미국산 무기 구매를 요구하는 등 모디 총리를 상대국 정상으로 존중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정부 관계자가 해외 언론을 대상으로 '러시아 원유를 구매할 권리'에 대한 브리핑을 열었다고도 전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지속하겠다는 인도 정부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원유 구입을 크게 늘렸다. 전쟁 전 인도의 원유 수입량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했으나 전쟁 후 이 비중은 35∼40%로 크게 확대됐다.

중국 역시 당장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할 여지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석유 같은 필수 자원의 안정적이면서 확실한 공급을 전략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어 러시아산 원유의 지속 유입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캐나다 금융 리서치업체 BCA 리서치의 수석 지정학 전략가인 매트 거튼의 분석을 보도했다.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다. 지난해 1억850만t의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여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산은 중국 전체 원유 수입량의 19.6%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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