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계 이민자의 60대 노인 폭행이 발단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스페인의 한 농업 도시에서 60대 노인이 이민자로부터 '묻지마 폭행'을 당한 이후 극우 세력이 인종 차별적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 9일 이른 아침 스페인 남동부 무르시아주 내 소도시 토레-파체코에서 68세 스페인 퇴직자 도밍고 D.씨가 산책하던 중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도밍고씨는 스페인 언론에 가해자를 비롯해 그와 함께 있던 두 명의 젊은 남성이 북아프리카 출신이라고 말했다.
토레-파체코는 멜론과 오렌지 생산지로, 수확 작업에 주로 이주 노동자들을 고용해 전체 인구 4만명 중 3분의 1이 이민자다. 특히 지리적으로 가까운 모로코 출신이 많다.
도밍고씨 사건 직후 소셜미디어에서는 극우 세력에 의한 인종차별적 증오 캠페인이 시작됐다.
극우 채널들에서는 피해자의 사진과 함께 근거 없는 용의자들 명단, 이번 사건과 관련 없는 폭력 영상들이 대거 유포됐다.
'지금 당장 추방하라'는 이름의 단체는 텔레그램 계정에 이민자 '사냥'을 선동하는 게시물들을 올리고, 한 극우 인플루언서는 SNS에서 '지역 순찰대'를 결성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극우 정당 복스(Vox)의 무르시아주 위원장 호세 앙헬 안텔로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두 주요 정당이 (이민자) 대량 유입을 조장했다. 국경을 열었다"며 불법 체류자나 스페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든 이민자를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극우 세력의 선동 속에 지난 11일부터 나흘간 토레-파체코에선 극우주의자들의 반(反)이민 소요 사태가 벌어져 총 13명이 체포되고 3명이 구금됐으며 100명 이상이 신원 확인을 받았다.
경찰은 도밍고를 폭행하고 프랑스로 도주하려던 모로코 출신 19세 남성과 동행자 2명도 체포했다. 이들 모두 이 지역 주민은 아니었다.
토레-파체코에서 27년간 거주하며 상점을 운영해 온 모로코인 압델알리 B는 "우리는 단지 평화와 이전처럼 일할 수 있기만을 바란다"며 사건의 여파가 하루빨리 사그라들길 기대했다.
19세 모로코 출신 전기공 자카리아도 "우리는 이 사건과 아무 관련도 없는데, 이제 사람들이 우리를 다르게 쳐다본다"고 유감을 표했다.
스페인인 에바(27) 역시 "이 사태가 끝나도 서로에 대한 불신만 남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반응했다.
반면 이민자 유입으로 인해 치안 상황이 악화했다며 당국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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