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신종근의 'K-리큐르' 이야기…호두를 안주삼아 마시는 호두 술
연합뉴스
입력 2025-07-17 18:48:41 수정 2025-07-17 18:48:41


우리나라 호두사진 출처 : 나무위키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천안 광덕사 호두나무(천안=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충남 천안시 광덕면 광덕사 앞 마당에 심어져 있는 천연기념물 제398호 광덕사 호두나무. 2015.3.30 jkhan@yna.co.kr (끝)

호두과자로 유명한 호두의 한자 이름은 호도(胡桃)로, 생긴 게 복숭아 씨앗과 닮았는데 오랑캐(胡) 나라에서 들어온 복숭아(桃)라 하여 붙여졌다. 국립국어원에 나와 있는 표준어는 호두다.

천안 호두과자연합뉴스 자료사진

층남 천안은 호두의 주요 산지로 한 해에 대략 6만kg(60톤) 정도 산출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요량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기에 시중 유통되는 호두 대부분은 수입산이며 특히 99%가 미국 캘리포니아산이다.

(좌) 이상양조장의 프리미엄 천안호두주,천안전통주의 도솔비주사진 출처 : 제조사 홈페이지

생긴 게 뇌를 닮아서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말이 있지만 근거는 없고 다만 열량은 상당히 높다.

호두 전통주(왼쪽부터) 우수작의 호두생막걸리, 백년주조의 김천호두막걸리, 배혜정도가의 호땅, 새순천양조의 호두생막걸리

신라의 민정문서에 호도(胡桃)라는 이름이 적혀있어 최소 삼국 시대에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고려 충렬왕 16년(1290년)에 원나라에 사신으로 간 통역관 유청신이 돌아올 때 묘목과 열매를 처음 가져왔다는 기록도 있다.


당시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가래나무란 뜻으로 당추자(唐楸子)라고 했다.


유청신은 어린 호두나무를 가져와 광덕사 안에 심고, 열매는 자기 고향 집뜰 앞에 심었다고 전해진다. 이로써 천안이 호두의 '시식지' 및 '시배지'가 된 것이다.


광덕사의 보화루 입구 계단 옆에 호두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이 나무의 나이가 약 400살 정도니 700여년 전 유청신이 가지고 온 나무의 자손으로 추정되며 천연기념물 제398호로 지정돼 있다.


우리가 즐기는 호두과자는 조귀금(1910~1987), 심복순(1915~2008) 부부가 1934년에 처음 만들어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여행객이 천안을 지나갈 때나, 천안 시민이 천안의 호두과자를 자주 사 먹게 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으로 보인다.


호두의 주요 효능으로는 뇌 건강 증진, 심혈관 건강 개선, 소화기 건강 증진, 면역력 증진, 항산화 작용, 항암 효과 등이 있다.


수운잡방이나 속고사촬요, 산림경제, 민천집설, 임원경제지 등의 고서에 보면 호두를 이용해 술을 빚은 호두주(胡桃酒)의 주방문이 나온다.


일반 곡주를 빚을 때 호두를 넣어 발효시킨 것으로 두 번 빚는 이양주다.


만드는 방법은 '멥쌀 1말을 가루로 만들어 끓는 물 1말에 개어 떡을 만든다. 이 떡에 누룩가루 5되, 호두 5홉을 가루로 만들어 밑술을 빚고, 다시 멥쌀 3말로 지은 고두밥에 물 3말, 호두 1되 5홉을 재차 가루 내 넣는다. 여기에 누룩가루 3되를 버무려 덧술을 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그 당시 호두가 비싸고 널리 재배되지 않아 호두주는 그리 일반화는 되지 않은 것 같다.


현재의 호두주를 살펴보면 농업회사법인 ㈜이상양조장(대표 이기헌)이 '프리미엄 천안호두주'를 만들어 '2024 충남술 상위 10위'(TOP10)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술은 호두 첫 재배지인 천안 호두와 쌀로 빚은 증류주로는 세계 최초로 특허 출원 중이라고 한다.


천안 광덕산 자락에 있는 '산사람농원'(대표 김근웅)이 만드는 '도솔비주'라는 술도 있다. 직접 친환경 농사를 지어 수확한 쌀과 전통 방식을 그대로 되살린 누룩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천안 광덕산의 호두로 빚어내는 것이 화룡점정이다.


도솔비주는 '2016 Korea 월드 푸드 챔피언십'에서 전통주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도솔은 천안의 옛 이름이며 도솔비주는 판매용이 아니다 보니 돈을 주고 사 먹을 수는 없다.


천안관광두레사업의 일환으로 천안의 우수작(遇酬酌)이란 회사에서 생산하는 호두주도 있다.


우수작은 2021년 관광두레 천안 주민 사업체로 선정돼 천안 호두주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호두주를 복원 개발했다. 옛날 방식을 기본으로 천안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이용해 전통주 빚기 체험 이벤트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024년, 경북 김천의 농업 회사법인 백년주조(대표 김광국)는 호두를 활용한 '김천 호두막걸리'를 출시했다. 김천호두는 산림청 임산물 지리적 표시제(59호) 인증 농산물이다.


배혜정도가의 '호땅 막걸리'도 있다. 하지만 이 막걸리는 땅콩은 들어갔지만, 호두는 들어가지 않고 호두 향만 넣었다.


강원도에도 호두술이 있다. 삼척시 가곡면 탕곡리의 가곡호두동동주는 불술, 귀리 술과 함께 삼척시의 전통주다. 제사상이나 명절 차례상에 올리던 술로, 약간 신맛이 난다.


혈액 순환이 안 되거나 허리가 아플 때 약술로 많이 이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왕성하게 생산되지 않고 집에서 빚는 가양주 형태로 소량 생산되고 있다.


지금은 빚지 않지만 약 10여년 전에 전남 순천의 새순천양조에서 국내산 호두 4% 수입산 호두 1%가 들어간 호두 생막걸리를 빚기도 했었다.


호두는 여러 면에서 우리 건강에도 좋은 역할을 한다. 호두 두 알을 손에 쥐고 굴리면 손 운동과 혈액 순환 개선, 두뇌 자극, 스트레스 해소 등으로 건강을 지켜주기도 한다.


호두를 안주로 먹으면서 호두주를 마신다면 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아무튼 우리나라 전통주를 음미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신종근 전통주 칼럼니스트

▲ 전시기획자 ▲ 저서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 '미술과 술' 칼럼니스트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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