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이탈리아, 잇따라 ECB 금리인하 요구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준금리를 내리라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연일 압박하는 가운데 유럽 정가에서도 금리인하 요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안사통신 인터뷰에서 유로화 약세를 유도해 경제를 지원해야 한다며 유럽중앙은행(ECB)에 정책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타야니 부총리는 "ECB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를 0.50∼1.00%포인트 내리거나 각국 국채를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CB는 금리를 좀처럼 내리지 않고 있는 연준과 달리 지난해 6월부터 1년 사이 정책금리를 2.00%포인트 인하했으나 달러 대비 유로화는 오히려 올해 들어 약 14% 올랐다. 통화 가치가 계속 상승하면 달러 기준 가격이 올라 수출기업에 불리하다.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도 지난 10일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ECB가 유럽연합(EU)의 성장에 대한 역할을 인식하길 바란다"며 금리인하를 요구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모두 정부 부채가 많아 이자 부담이 큰 나라다. 타야니 부총리는 작년 9월에도 ECB가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자 "성장 촉진 측면에서 0.25%포인트는 너무 작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당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우리는 어떤 종류의 정치적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며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ECB는 금리 결정에 경제성장 아닌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외환시장 역시 지켜보긴 하겠지만 목표로 하는 환율 범위는 없다며 금리 인하를 통한 개입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했다.
ECB는 오는 2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걸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예금금리를 이미 ECB가 추정하는 중립금리 영역(1.75∼2.25%)까지 내린 데다 미국의 상호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1일부터 EU산 수입품에 30%의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통보하고 협상 중이다.
ECB 회의에 참여하는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환경과 통상분쟁이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극도로 불확실하다. 지금은 신중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금리동결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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