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근한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B)보다 더 빨리 ABS 제도를 도입한 KBO리그가 재평가될 만하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처음 도입된 '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챌린지 시스템이 경기의 흐름을 크게 바꿨다.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린 2025 MLB 올스타전 내셔널리그 올스타팀과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 맞대결은 6-6 무승부로 끝난 뒤 홈런 스윙오프로 승부를 가렸다.
사상 첫 올스타전 홈런 스윙오프에서는 카일 슈와버가 3번의 스윙으로 3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내셔널리그 올스타팀 우승을 이끌었다. 카일 스토워스(1개)까지 포함해 홈런 4개를 합작한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은 브렌트 루커 2개, 랜디 아로자레나 1개로 총 홈런 3개에 그친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을 꺾고 승리했다. 슈와버는 올스타전 MVP까지 수상했다.
이날 경기에서 홈런 스윙오프뿐만 아니라 크게 화제가 된 장면은 ABS 챌린지 시스템이었다. ABS는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자동 시스템으로 검토해 도전할 수 있는 제도로 이번 올스타전에서 시범 도입됐다.
이날 경기 1회말 1사 상황에서 포수 칼 롤리가 ABS 챌린지를 신청했다. 매니 마차도를 상대하던 타릭 스쿠발이 던진 89.5마일(시속 약 144km) 체인지업이 홈 플레이트 심판 댄 이아소그나에게 볼로 판정되자, 롤리는 헬멧을 두드리며 챌린지를 요청했다. 스쿠발 역시 동시에 챌린지를 준비했다. 포수와 투수 모두 해당 공이 스트라이크라고 판단한 것이다.
'엠엘비닷컴(MLB.com)' 보도에 따르면 당시 롤리와 스쿠발은 현지 방송 중계 마이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두 선수는 중견수 전광판 리플레이를 함께 보며 의견을 나눴다. 스쿠발이 "어때, 캘? 괜찮아?"라고 묻자, 롤리는 "스트라이크인 것 같아"라고 답했다. 판정 결과는 롤리의 말이 맞았다. 챌린지가 성공하면서 마차도는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스쿠발은 "어떻게든 잡으면 되는 거야, 친구들"이라며 웃었다.



MLB 사무국은 지난 2021년부터 마이너리그에서 ABS 시스템을 시험 운영했으며, 2022년부터는 트리플A 경기에 적용했다. 올해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도 ABS 챌린지를 시범 운영했다.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을 이끌었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ABS 시스템에 대해 "좋았다"며 "댄 이아소그나 심판이 대부분 정확한 판정을 했다. 몇 개가 뒤집혔지만, 전반적으로 좋았다. 팬들도 즐겼고, 선수들도 재미있어했다. 시즌에 도입된다면 전략적으로도 활용될 것이다.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올스타전에서 적용된 ABS 챌린지 규칙은 스프링캠프 때와 동일했다. 각 팀은 두 번의 챌린지를 사용할 수 있으며, 성공하면 챌린지를 유지한다. 챌린지는 투수, 포수, 타자만 요청할 수 있다.
스쿠발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챌린지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경기 중에는 생각을 바꿨다. 스쿠발은 경기 후 "사실 챌린지를 안 쓰려고 했는데, 그 공은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다"며 "볼카운트 2S 상황에서 그런 공을 잡아야 한다. 그 이닝에서 공이 계속 안타가 되던 상황이었기에 더욱 필요했다. ABS는 결국 도입될 거다. 선수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말이다.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스쿠발과 롤리는 경기 전 챌린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별다른 논의는 없었다. 스쿠발은 "농담 삼아 '처음 두 개 볼 판정에 챌린지 다 써버릴까'라고 말했었다"고 웃었다.
아메리칸리그는 이날 총 3번의 챌린지를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5회초 제이콥 윌슨이 맥켄지 고어의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한 것에 대해 챌린지를 요청했고, 리플레이 결과 스트라이크존보다 살짝 아래로 떨어진 공으로 판정되면서 볼로 번복됐다. 9회말에는 알레한드로 커크가 아롤디스 채프먼의 공을 챌린지해 원래 볼 판정이 스트라이크로 뒤집혔다.
내셔널리그에서는 카일 스토어스와 에드윈 디아스가 챌린지를 요청했다. 스토어스는 8회말 삼진 판정에 챌린지를 했으나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디아스는 9회초 랜디 아로사레나 상대 타석에서 볼 판정된 공에 대해 챌린지를 신청해 스트라이크로 판정을 뒤집었다.
이번 올스타전 ABS 챌린지 시스템은 선수들과 팬 모두에게 새로운 흥미를 제공했다. MLB 사무국이 다가오는 2026시즌에 ABS 챌린지 시스템을 정식 도입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한편, KBO리그는 지난해부터 1군 전 구장에 ABS 시스템을 전면 도입했다. KBO는 2024시즌부터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전적으로 로봇 심판에게 맡기고 있다. MLB의 챌린지 방식과 달리, KBO는 모든 투구에 대해 자동으로 판정이 이루뤄는 방식이다. 선수들의 이견 제기나 챌린지는 불가하다.


사진=연합뉴스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