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신종근의 'K-리큐르' 이야기…호랑이술과 넷플릭스 호랑이
연합뉴스
입력 2025-07-08 08:54:33 수정 2025-07-08 08:54:33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포스터[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중 까치와 호랑이 [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넷플릭스에서 지난달 공개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라는 애니메이션 영화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다.

넷플릭스의 더피 공식 굿즈(왼쪽), 국립중앙박물관 까치 호랑이 배지[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한국의 K-팝 아이돌을 소재로 한 미국 제작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막상 처음 이 작품이 나왔을 때는 K-팝의 세계적 인기에 편승해 쉽게 흥행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었다.

민화 '작호도'

이러한 모든 눈초리를 비웃듯이 작품은 막강한 완성도와 함께 남산서울타워, 한국 음식, 사인검, 일월오봉도, 작호도 스타일의 호랑이, 기와집 등 한국문화를 제대로 묘사해 국내외에서 호평 일색이다.

근역강산맹호기상도(槿域江山猛虎氣象圖). 일명 호도(虎圖)[홈페이지 캡처]

이중 작호도(鵲虎圖)에서 영감을 받아 항상 갓을 쓴 까치와 함께 등장하는 호랑이는 기존 애니메이션에서는 없던 새로운 비주얼로 해외 팬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에서는 호랑이와 까치의 이름이 없었는데 이 둘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지자, 동물 캐릭터 디자인에 참여한 디자이너 래드포드 세크리스트가 SNS를 통해 호랑이와 까치의 이름이 '더피'와 '서씨'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와 대한축구협회 엠블럼[홈페이지 캡처]

호랑이 더피의 굿즈에 대한 수요는 즉시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기념품샵에서 판매하는 까치 호랑이 배지가 '데몬 헌터스' 속 호랑이와 닮았다고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 매진 사태가 벌어졌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다음 주인 11일이나 돼야 재입고된다고 전했다.

호랑이 술사진 출처 : 제조사 홈페이지 캡처

결국 수많은 팬의 요청에 넷플릭스는 지난달 26일부터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더피의 인형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 작호도에 나타난 전통적 호랑이상


작호도는 조선 후기 대표 민화로 까치와 호랑이를 같이 그린 그림이다.


우리나라 작호도는 원나라의 자모호도(子母虎圖, 어미 호랑이와 새끼 호랑이를 사실적으로 같이 그린 그림)와 명나라의 유호도(乳虎圖, 포유 중인 호랑이를 통해 모성애를 상징하는 그림)에 기반해 임진왜란 즈음에, 조선에 전해졌다고 한다.


배경은 주로 소나무로 호랑이와 까치가 등장한다. 이외에도 바위나 잔디 등의 자연물이 나오기도 한다. 호랑이는 보통 우스꽝스럽게 그리며, 이를 까치가 소나무에서 내려다보는 구성이다.


이 그림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은 호랑이는 탐관오리 등의 권력층을 의미하고 까치는 권력층에 저항하는 백성을 뜻한다는 것이다.


이런 까치와 호랑이의 조합은 중국의 그림에는 전혀 없는, 우리나라 독자적인 장르다.


넷플릭스를 불법으로 시청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한국이 중국의 호랑이를, 중국의 문화를 훔쳤다는 주장도 하지만 호랑이는 우리 단군신화에도 나오므로 그 누구만의 동물일 수는 없는 것이다.


사실 호랑이는 우리 민족과는 건국 신화부터 많은 관련이 있다.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수호신이자 영물이기도 했다.


고구려의 고분 벽화에 그려진 호랑이는 서쪽을 수호하는 신으로 무덤 안에서 죽은 자의 영혼을 수호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무서워하기도 했지만, 민화나 전래동화, 속담 등에서 친근하고 해학적인 모습으로 많이 표현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곶감을 무서워해 도망가거나 토끼에게 속아 넘어가는 바보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점이 호랑이를 더 친근하게 느끼게 한다.


또 한반도의 지형을 호랑이에 비유하고 한반도를 호랑이 모습으로 그린 호도(虎圖)도 있으며 그래서 우리 민족의 강인한 기상과 투지를 호랑이에 빗대어 이야기하기도 한다.


호랑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동물로 여겨져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호랑이를 마스코트로 했다. 한국 축구팀의 엠블럼도 강렬한 눈빛의 호랑이가 앞발로 공을 누르고 있는 형상이었다가 2020년에 변경했다.


두려움 없는 전진(Moving Forward)이라는 가치에 맞게 한국 축구의 상징인 호랑이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웠다. 호랑이 얼굴의 날카롭고 세밀한 라인들은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한국 축구를 상징한다.


◇ 친근한 호랑이를 소재로 한 전통주



호랑이를 캐릭터로 한 우리나라 술을 살펴보면 다양한 주종이 있다.


배혜정도가의 호랑이 생막걸리, 호랑이 유자 생막걸리, 매화마름 호랑이 쌀막걸리, 밝은세상 영농조합의 호랑이 배꼽 막걸리, 소호 (웃는 호랑이) 56 증류주, 배상면주가 고창LB의 호감 (호랑이가 사랑한 단감), 오드린 와이너리의 그랑 티그르 (Grand Tigre), 기원 위스키 증류소의 기원 위스키 타이거, 세븐일레븐의 뚱랑이 맥주 등이 있다.


막걸리부터 맥주는 물론, 위스키에 북유럽 스타일의 미드(Mead)까지 호랑이 술은 참으로 다양하다. 이처럼 호랑이와 우리 민족은 불가분의 관계다. 술병의 라벨에까지 보이는 호랑이의 모습은 이제는 공포의 대상이 아닌 친구와 같다. 무더운 여름이 계속되는 요즘, 호랑이 술과 함께 더위를 쫓아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신종근 전통주 칼럼니스트

▲ 전시기획자 ▲ 저서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 '미술과 술' 칼럼니스트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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