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AMPC '역대 최고' 4천908억원…삼성SDI·SK온 적자 전망
캐즘 완전 해소는 시기상조…올해 하반기 수익성 개선 기대
캐즘 완전 해소는 시기상조…올해 하반기 수익성 개선 기대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강태우 기자 = 올해 2분기 LG에너지솔루션이 6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길고 길었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극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삼성SDI와 SK온의 경우 2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본격적인 캐즘 해소로 보기에는 이르지만, 올해 하반기 북미 공장 가동률 확대와 유럽 정책 지원에 힘입어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LG엔솔, 불황 뚫고 '실적 기지개'…삼성SDI·SK온 부진 지속
LG에너지솔루션은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천92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52%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이는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2천994억원을 64.4% 웃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금액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인 4천908억원으로, 이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14억원이다. 보조금을 제외하고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건 6개 분기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개선 배경에는 AMPC 영향이 컸다. AMPC는 미국에서 배터리를 제조하는 기업에 지급되는 세액 공제 해택으로, 배터리 생산량과 투자액을 바탕으로 산출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AMPC 금액은 지난 2023년 1분기 1천3억원으로 시작해 올해 1분기 4천577억원을 기록한 뒤, 2분기에는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삼성SDI와 SK온도 올해 1분기 AMPC로 각각 1천94억원, 1천708억원을 받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수혜 규모가 더 큰 것은 현지 생산공장과 배터리 생산량이 더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에서 미시간 홀랜드 단독공장, 오하이오 얼티엄셀즈 1기, 테네시 얼티엄셀즈 2기 등 3곳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다. 또 오하이오 혼다 합작공장, 조지아 현대차 합작공장, 미시간 랜싱 단독공장, 애리조나 단독공장 등을 건설 중이다.
이뿐 아니라 북미 고객사향 고수익 물량 증가와 현지 생산을 통한 물류비 절감, 공정·소재·인력 효율화 등 지속적인 원가 절감 노력, 에너지저장장치(ESS) 북미 현지 생산 개시 등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초부터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글로벌 주요 배터리 업체 중 유일하게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대규모 양산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생산시설 리밸런싱 및 공급망 개편, 공정 혁신 및 설비 자동화 등 지속적인 원가 절감 노력이 수익성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LFP, 46시리즈 등 경쟁력 있는 제품 출시가 예정된 데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북미 ESS 시장에서도 현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SDI와 SK온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인포맥스 따르면 작년 2분기 2천80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삼성SDI는 올해 2분기 2천24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할 전망이다. SK온 또한 1천억원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측됐다.
주요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가 아직 회복하지 못한데다, LG에너지솔루션보다 LFP 배터리 대응이 늦었고 ESS 비중이 낮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 K-배터리 하반기 반등 기대감…美 불확실성은 여전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 정책 변화에 따른 대외 변동성이 큰 상황이지만, 배터리 업계는 하반기 실적 개선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미시간주 신규 ESS 라인을 확대 가동하면서 실적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
SK온은 현대차그룹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가동 효과로 북미 배터리 출하량이 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3월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30만대 생산 규모의 메타플랜트를 가동 중이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SK온의 가동률이 3∼4월 중 모두 가동되는 수준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올해 2∼3분기 SK온이 미국 설비를 90% 이상 가동할 시 흑자 전환도 가능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SDI도 북미 고객사와의 계약 확대, 프리미엄 배터리 판매 비중 증가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주요 고객사의 매출 부진에 따라 실적 회복이 늦어질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의회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을 통과시키면서 배터리 업계의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
이 법안은 IRA에 근거한 전기차 관련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행히 AMPC 세액공제는 유효하고, 중국산 제품 사용을 견제하는 해외우려기관(FEOC) 규정이 'PFE'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AMPC에 적용돼 중국산 배터리 견제는 가능할 전망이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 시행으로 북미 전기차 수요 둔화까지 겹칠 경우 국내 이차전지 업종의 실적 컨센서스는 추가적인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미중 갈등 심화와 미국의 대중국 제재 강화, 수입 규제 확대는 중국산 배터리의 북미 시장 진입을 점차 어렵게 만들고 있어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는 의미 있는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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