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의 35년 숨은 주역…"박물관 바라기 계속해야죠"
연합뉴스
입력 2025-07-06 13:00:01 수정 2025-07-06 13:00:01
35년 박물관 생활 마무리하는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매년 400만명 찾는 박물관 발자취 지켜본 '최고참'…자연 조명한 사진으로도 주목
"외규장각 의궤 귀환 잊지 못 해…시대에 맞는 유물 이야기 끌어내길"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이 지난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7.6 yes@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마치 적금을 탄 것 같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맺은 인연, 주고받은 말, 시간 등이 제게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

평소라면 전시 준비에, 유물 관리까지 한창 바쁠 박물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꽃다발을 손에 든 이들은 누군가를 보면서 미소 지었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무대 위에 있던 '최고참' 이현주 홍보전문경력관이 "좋은 전시, 좋은 사업이 있어 지금까지 신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하자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이 지난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7.6 yes@yna.co.kr

35년간 박물관 안팎에서 묵묵히 홍보 한길을 걸어온 그의 '이별' 인사였다.

지난 4일 박물관에서 만난 이현주 홍보전문경력관은 "박물관은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한 곳"이라며 "청춘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인생의 포인트가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가 국립중앙박물관과 인연을 맺은 건 1990년 9월부터다.

박물관이 펴내는 소식지 '박물관신문' 담당자로 들어온 그는 홍보 업무를 전담하며 주요 소식과 행사를 책임졌다. 박물관 관련 뉴스와 각종 보도자료가 그의 손을 거쳤다.

"당신의 빛나는 내일을 응원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 모습.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첫째줄 가운데)과 이현주 홍보전문경력관(오른쪽) 등 박물관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5.7.6 yes@yna.co.kr

과거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던 중앙청, 지금의 국립고궁박물관 자리를 거쳐 2005년 용산에 새롭게 문을 열기까지 박물관의 30여 년 여정을 모두 지켜본 것도 그다.

국립중앙박물관을 통틀어 그보다 오래 일한 직원은 없다고 한다.

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기자만 최소 2천명 이상. 국립중앙박물관의 '산증인'과도 같다.

이 홍보전문경력관은 "박물관 안에서 저만의 전문성을 갖기 위해서 홍보·마케팅 분야를 공부했다. 매일 출근해서 '오늘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면서도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이 지난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7.6 yes@yna.co.kr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은 연간 400만명 가까운 관람객(2024년 기준 378만8천785명)이 찾으며 세계 10위권 박물관으로 우뚝 섰지만, 그의 출근길이 늘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다.

박물관에 홍보가 왜 필요하냐는 시선은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부분이었다.

이 홍보전문경력관은 "홍보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고민도 많았지만 제가 사랑하는 이 공간에서 저만의 역할을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가 박물관 주변 자연에 눈뜨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전시 체험하는 이현주 홍보전문경력관 (전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달 26일 전북 전주시 국립전주박물관 서예실에서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이 관람객을 위한 체험 공간을 직접 시연하고 있다. 2025.7.6 yes@yna.co.kr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출근할 때마다 예쁜 꽃 사진을 찍고, 마음을 다잡는 문구를 붙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수많은 '팬'이 생겼다.

사진을 모아 개인 전시를 하고, 책까지 내면서 박물관을 홍보하는 또 다른 계기가 됐다.

그는 "박물관 홍보는 다른 홍보 역할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며 "단순히 전시나 사업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꿈을 꾸고,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우 배용준의 책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은 이런 노력이 빛나는 결과다.

이현주 홍보전문경력관이 쓴 책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이 박물관의 자연과 유물에 관해 쓴 책 [북촌·아트레이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09년 펴낸 책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비중 있게 다뤄지는데, 당초 계획에 없었던 박물관을 꼭 넣어달라고 여러 차례 설득한 사람이 이 홍보전문경력관이다.

그는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움, 문화를 모두 담고 있는 공간이라고 설득했다. 그런 노력을 지켜본 최광식 당시 관장님이 직접 박물관을 소개했고 책에도 담겼다"고 했다.

"당시 일본 관광객들이 대형 버스를 타고 박물관을 찾았죠. 한 손에 책을 든 관광객들이 관장님을 보고 '배용준 배우와 만난 분 맞나요?'라고 묻기도 했습니다."(웃음)

그의 박물관 생활에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은 무엇일까.

외규장각 의궤 설명2011년 외규장각 의궤 설명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현주 홍보전문경력관은 2011년 외규장각 의궤와 마주한 순간을 꼽았다. 1866년 프랑스 군대가 약탈해 간 외규장각 의궤는 145년 만에 장기 임대 형식으로 돌아왔다.

의궤는 조선 왕실의 중요한 의식과 행사를 기록한 보고서로, 기록 문화의 꽃으로 여겨진다.

이 홍보전문경력관은 "총 4차례에 걸쳐 외규장각 의궤 297책이 돌아오는 과정은 그야말로 국가적 행사였다"며 "지금도 그 장면이 눈에 선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보도자료만 해도 10여 차례 냈는데 의궤의 존재를 알리고 연구에 헌신하신 고(故) 박병선 박사님을 모시고 기자 간담회를 하던 순간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이 지난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7.6 yes@yna.co.kr

이 홍보전문경력관은 앞으로 1년간 연수 기간을 가진 뒤, 내년 6월 퇴직한다.

그는 후배들을 향해 "오랜 세월을 거쳐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박물관 유물을 시대에 맞게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고, 이야기를 끌어내는 게 홍보 담당자의 역할"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박물관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23에는 서울 성북구 혜곡최순우기념관에서 '문화유산의 변화,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주제로 한 강연에 나서며, 박물관을 주제로 한 책도 집필할 계획이다.

"지금도 박물관을 생각하면 좋아요. 앞으로도 박물관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박물관 바라기' 역할을 계속할 것 같아요. 박물관 이야기도 더 해야겠죠" (웃음)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이 지난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7.6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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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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