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사각 긴급진단] ③ "돌봄 시스템 재점검하고 접근성 높여야"
연합뉴스
입력 2025-07-06 08:00:09 수정 2025-07-06 08:00:09
돌봄 대응 인력 확보와 이용자들 편의성 강화 필수
아이 홀로 두는 데 둔감한 사회 인식도 바뀌어야


아이돌봄서비스[연합뉴스 일러스트]

[※ 편집자 주 = 지난 3월 인천에 이어 최근 부산에서 보호자 없이 집에 남겨져 있던 어린이들이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습니다. 사고는 낡은 시설물 때문만이 아니라 돌봄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도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어린이들의 안전한 성장을 위한 사회 돌봄망에 대해 점검하는 기사를 3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어린이집[연합뉴스TV 캡처] 기사와 상관 없는 사진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박성제 손형주 기자 = 부산에서 어린 자매들이 잇따른 숨진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제는 한국 사회의 돌봄 공백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 대비해 아이돌봄서비스 운영하고 있다.

생후 3개월부터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이 맞벌이 등으로 보육이 어려울 경우 아이돌보미가 직접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일반 단기 서비스는 4시간 전, 긴급 돌봄 서비스는 2시간 전까지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서비스 대기 시간이 지나치게 긴 데다가 야간 등 취약 시간대에는 돌보미를 구하기 어려운 데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아이돌봄 서비스 평균 대기 기간은 2020년 8.3일, 2021년 19.0일, 2022년 27.8일, 2023년 33.0일, 2024년 32.8일에 달한다. 사실상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주야간 시간제 보육시설 '해님 달님 놀이터' 성남 수정점[성남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특히 갑자기 보호자가 필요해 긴급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더라도, 수락한 돌보미가 없으면 자동으로 취소된다.

이렇다 보니 야간이나 취약 시간대 급한 일이 생긴 상황에서는 서비스 이용이 더욱 어렵다.

부산의 한 가족센터 관계자는 "돌보미도 안정적인 수익을 원해 근무 시간이 짧은 경우 수락을 꺼리는 경우가 많고, 늦은 밤에는 일하기 힘들어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의무적으로 일하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24시간 돌봄 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에 그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의 검토도 필요하다.

비용도 저소득층에게 부담이 된다.

중위 소득 75% 이하의 가정은 정부가 돌보미 비용 75∼85%를 지원하지만 시간당 적게는 4천원에서 많게는 1만2천원까지 내야 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취약계층에는 비용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바우처를 지급하거나, 이용자들이 더 쉽게 빠르게 돌봄을 신청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등 편의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육아정책연구소 박은정 부연구위원은 "실질적으로 야간이나 새벽에 활동할 수 있는 아이돌보미가 많지 않고 긴급 돌보미의 경우 대기 시간이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희경 국립창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아이돌봄 서비스를 민간 영역으로 확장해 제도를 유연하게 운용해야 한다"며 "돌보미가 급히 필요한 경우에는 기존보다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변화하는 노동시장 환경에 맞춰 비정형 근로자의 돌봄 공백을 해소할 방안을 좀 더 촘촘하게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비정형 노동자에게는 시간제 보육, 주말 보육, 야간 보육, 24시간 보육 등 다양한 시간대 제공되는 보육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줄 필요가 있다.

교대제나 야간, 주말 근무 등 보육 서비스 시간이 맞지 않는 부모를 대상으로는 보육의 연령 확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육아정책연구소 박은정 부연구위원은 "돌봄 제도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홍보가 더 돼야 하고 신청이나 접근하는 과정도 쉬워야 한다"면서 "돌봄은 물리적 측면에서는 거리도 중요해 지역 기반으로 잘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돌봄[연합뉴스TV 제공]

아이를 집에 혼자 두는 것에 둔감한 사회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한국은 아이 돌봄을 사적 영역으로 치부해 혼자 집에 두는 것만으로는 곧바로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고, 연령에 기준도 없다.

하지만 미국은 보호자 없이 아이를 두는 것을 '방임'으로 간주하며 엄격히 규제한다.

일리노이주는 만 14세 미만 아동을 혼자 둘 경우 부모가 아동학대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 외 일부 주에서도 6∼12세로 연령 제한을 두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나이 기준이 없는 주도 사고 발생 시 부모의 법적 책임을 강하게 묻는다.

2017년 괌에 놀러 갔던 한국인 부부가 마트 주차장에 아이를 잠시 놓아두었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돼 현지 언론에 얼굴까지 모두 공개된 사건도 우리와 미국 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아동이 혼자 남겨질 경우를 대비해 소방설비, 화재 예방, 대피 매뉴얼을 손보거나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주택일수록 아동을 위한 지능형(알림형) 화재감지기 설치가 의무화될 필요가 있다.

화재 극초기 연기 등이 감지되면 보호자의 휴대전화기로 알람이 전송되는 지능형 화재경보기 사업은 현재 지자체마다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 65세 이상 홀몸 어르신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화재를 감지해 119로 바로 신고해주는 정부 사업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 또한 홀몸 어르신 가구 대상으로 한정돼 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주택 화재는 여름철과 겨울철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냉난방기 사용 시 과열 등으로 화재 위험이 높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특히 아동만 남겨두고 외출 시 부모가 화재 안전 점검을 스스로 해볼 수 있는 매뉴얼을 지자체나 소방에서 발간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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