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생일 앞두고 성명 "전통 따라 환생자 탐색·인정…누구도 간섭할 수 없어"

(자카르타·베이징=연합뉴스) 박의래 정성조 특파원 =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법명 톈진 갸초)가 90세 생일을 앞두고 앞으로도 환생에 의한 후계자 제도를 이어가겠다며 환생자를 인정할 유일한 권한은 자신이 설립한 재단에만 있다고 강조했다.
달라이 라마가 사망할 경우 후계자 지명에 대한 소관이 자신들 것이라는 중국 당국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2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오는 6일 90번째 생일을 맞는 달라이 라마는 이날부터 사흘간 열리는 고위급 티베트 불교 종교회의에 참석해 성명을 통해 "달라이 라마 제도는 계속될 것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한 때 자신이 마지막 달라이 라마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해 여러 추측을 낳았지만, 달라이 라마 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아울러 그는 달라이 라마 제도의 전통과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단체 '가덴 포드랑 재단'이 티베트 불교 전통의 각 종파 지도자와 협의해 미래 환생자를 인정할 유일한 권한을 가진 조직이라고 명확히 했다.
달라이 라마는 "(재단이) 과거 전통에 따라 환생자 탐색과 인정을 위한 절차를 수행해야 한다"며 "이 문제에 간섭할 수 있는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강조했다.
티베트의 실질 통치자로 꼽히는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불교의 최고 수장을 가리키는 세습명이다. 현재 14대인 달라이 라마는 1940년 즉위했다.
티베트 불교는 전통에 따라 달라이 라마가 사망하면 그의 영혼이 어린아이의 몸으로 환생한다고 믿는다. 현 달라이 라마 역시 두 살 때 전임 달라이 라마의 환생자로 지명됐다.
중국 병합에 맞서다 1959년 티베트에서 탈출한 달라이 라마는 인도 히말라야 산악지역에 티베트 망명 정부를 세운 뒤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제 90세가 다 되면서 후계 문제에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그는 이전에도 자신의 후계자가 중국이 아닌 자유세계에서 환생할 것이며 중국이 지명한 인물은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를 분리주의자로 보는 중국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며 달라이 라마가 사망할 경우 후계자 지명이 중국 당국의 소관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1995년 티베트 불교에서 달라이 라마에 이어 서열 2위인 판첸 라마 선정에도 개입해 11대 판첸 라마를 일방적으로 지명한 바 있다.
1989년 10대 판첸 라마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환생자로 달라이 라마가 선언한 소년 게둔 최키 니마는 지명 직후 실종됐으며, 중국 당국에 의해 사실상 연금 상태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7일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린즈시의 한 마을에 보낸 편지 답장을 통해 "공산당과 함께 가면 행복할 것"이라며 "여러분이 민족 단결을 확실히 수호하고 더 행복한 생활을 만들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은 다음 달라이 라마 지명에 중앙정부 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달라이·판첸 등 대활불(라마)이 아이로 환생하는 것(轉世靈童·전세영동)은 금병 추첨으로 인정되고,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14대 달라이 본인이 13대 달라이 라마의 원적(圓寂·사망) 이후 엄격하게 종교 규칙과 역사적으로 확립된 절차에 따라 탐색됐고, 당시 국민정부가 특별히 금병 추첨을 면제하고 후계자로 승인했다"고 말했다.
마오 대변인은 "중국 정부는 종교·신앙의 자유 정책을 실행하고, 법에 따라 활불의 전승 방식을 보호한다"며 "달라이 라마 전승은 반드시 국내 탐색과 금병 추첨, 중앙정부의 승인 원칙을 견지하고, 국가 법규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의 중국화' 우려에 관해선 "종교의 중국화는 종교의 제한이 아니고, 모든 종교의 생존과 발전은 국가의 사회 환경 및 문화적 전통과 서로 적응해야 한다"면서 "티베트 불교가 중국에서 탄생했다는 것은 중국의 특징이 있다는 것이며, 종교 그 자체가 중국화의 모범"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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