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성 멈춘 이란은 숙청 정국…표적단속·간첩몰이에 '생지옥'
연합뉴스
입력 2025-06-28 16:10:04 수정 2025-06-28 16:10:04
체제결속 위한 일상 옥죄기…주민에 '이웃끼리 감시' 지시
체포·처형 되풀이…노벨상 인권운동가 "전쟁 전보다 위험" 진단


28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핵 과학자 등의 장례식에서 이란 주민들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국기를 태우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이스라엘과 휴전으로 12일간 이어지던 전쟁의 포성은 멈췄지만, 이란인들은 좀처럼 일상을 되찾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밤낮으로 이어지던 폭격은 중단됐지만 이스라엘의 공격을 제대로 방어해내지 못하면서 무능함을 드러냈던 이란 정권이 체제 결속을 위한 내부 숙청에 돌입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전쟁 이후 이란인들의 삶이 표적 단속과 처형, 간첩 몰이 등으로 점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당국은 테헤란 전역에 검문소를 세우고 이스라엘을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야당 인사나 반체제 인사 등에 대한 표적 단속을 벌이는가 하면 주민들에게 이웃이 간첩인지 아닌지 감시하라는 지시도 내리고 있다.

이란 정보부는 이웃들이 이상한 시간에 움직이는지, 마스크나 모자, 혹은 선글라스를 많이 착용하는지, 집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지 등을 감시하라는 지침을 배포하면서 대대적인 간첩 몰이에 나섰다.

무장한 경찰은 거리를 순찰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을 무작위로 수색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이란 경찰과 정보당국은 이미 수백명을 체포했고 매일 더 많은 사람을 잡아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최소 6명이 처형됐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2주간 1천명 이상이 이스라엘을 지원했다는 혐의로 구금됐다고 밝혔다.

이란 정권이 이처럼 집안 단속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스라엘의 공습에 따른 타격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이란 깊숙이 침투해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주요 인사들을 사살했다.

핵 과학자와 고위층이 많이 사는 테헤란 북부의 부유층 거주지역이 주요 표적이 됐다.

적에게 안방을 그대로 내주고 속수무책으로 당한 셈이다.

프랑스 주재 이란 대사 모하마드 아민-네자드는 "이스라엘이 (이란) 내부에서 사람들을 모집해 침투를 계획했다"며 "눈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내부에 취약점이 있었다고 판단한 이란 정권이 대대적인 단속으로 체제 결속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란의 반정부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는 이란 정권이 체제 유지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할 것이라며 "이란인들의 상황은 전쟁 전보다 위험하다"고 말했다.

e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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