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역대 최고 시청시간…에미상 비영어권 첫 수상에 6관왕
달고나 등 K-컬처 열풍…"韓콘텐츠 수요 늘고 글로벌 OTT 투자 확대"
달고나 등 K-컬처 열풍…"韓콘텐츠 수요 늘고 글로벌 OTT 투자 확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세계인이 손꼽아 기다리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마지막 시즌이 27일 베일을 벗고 처음 공개된 지 4년 만에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었다.
유례없는 흥행을 거두며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던 '오징어 게임'의 끝이 처음만큼 장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 가운데, 그동안 이 시리즈가 세운 놀라운 기록을 다시 짚어본다.
◇ 명실상부 넷플릭스 최고 흥행작…시즌1은 영어·비영어 통틀어 압도적 1위
넷플릭스 공식 집계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1'은 공개된 지 4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넷플릭스 최고 흥행작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넷플릭스 시즌1 누적 시청 시간은(공개 이후 91일 기준. 이하 동일) 22억520만 시간, 시즌2는 13억8천10만 시간이다.
두 시즌의 누적 시청 시간을 더하면 무려 35억8천530만 시간이 된다.
'오징어 게임' 시즌1과 2는 넷플릭스 역대 비영어권 시리즈 가운데 1위와 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다. 영어권을 포함하면 시즌1은 1위, 시즌2는 3위다. 시즌1은 넷플릭스 영어권 시리즈 중 최고 흥행작인 '기묘한 이야기 시즌4'(18억380만 시간), '웬즈데이 시즌1'(17억188만 시간)과 비교해도 시청 시간이 훨씬 많다.
시즌2도 공개 첫 주만에 약 5억 시간 가까이 시청되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시즌2의 첫 주 시청 시간은 4억8천760만 시간으로, 2021년 9월 넷째 주(20∼26일) 전작이 세운 4억4천873만 시간 기록을 깼다.

◇ 비영어권 드라마 첫 에미상…미국 시상식도 휩쓸다
'오징어 게임'은 공개 후 미국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었다.
2021년 11월 미국 TV 시리즈 시상식 '고섬 어워즈'에서 '오징어 게임1'은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무엇보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 시상식에서 6관왕을 달성하며 새 역사를 썼다.
1949년 처음 개최된 후 줄곧 영어권 수상작만 나온 에미상에서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작품상을 비롯해 13개 부문 후보로 올라 감독상과 연기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게스트상, 시각효과상, 스턴트퍼포먼스상, 프로덕션디자인상도 차지했다.
시즌2는 공개 전부터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최우수 TV 시리즈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로 지명되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다.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에서는 한국 드라마 최초로 수상한 시즌1에 이어 시즌2도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상을 받았고, 황 감독은 고섬 어워즈에서 공로상(Creator Tribute)을 받기도 했다.

◇ 달고나부터 '둥글게 둥글게'까지…세계로 퍼진 한국 문화
'오징어 게임' 열풍으로 드라마에 나오는 게임과 다양한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시즌1 공개 당시에는 달고나 만들기 세트와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이 입었던 녹색 체육복이 세계 각국에서 불티나게 팔렸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딱지치기 등 한국 놀이도 인기몰이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시는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이룬 성과와 미국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력을 기려 시즌1이 공개된 날인 9월 17일을 '오징어 게임의 날'(Squid Game Day)로 제정하기도 했다.
시즌2가 공개된 후에는 짝짓기 게임의 배경음악으로 활용됐던 동요 '둥글게 둥글게'가 전 세계에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처럼 퍼졌다.
세계 유명 DJ들은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나 힙합 스타일로 이 곡을 리믹스했고, 태국·뉴욕·런던 등지 클럽에서도 동요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다.
세계 곳곳에서 드라마 속 게임을 직접 체험하는 대형 이벤트도 열렸다.
시즌2 공개를 앞두고 프랑스 파리의 번화가인 샹젤리제에서는 드라마 속 게임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재현하는 이벤트가 열렸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는 드라마 속 게임 장면에서 영감을 받은 5개 게임을 즐기는 체험형 공간이 개장하기도 했다.

◇ K-콘텐츠 산업 파이 키워…"해외 수요 늘고 제작 규모 커져"
'오징어 게임'은 최초 기록을 쓰며 세계 무대에 K-콘텐츠의 영향력을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넷플릭스 구독자들에게 '비슷한 콘텐츠', '지금 뜨는 콘텐츠', '인기 콘텐츠' 등의 알고리즘으로 한국 작품이 소개됐고, 다른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붙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드라마가 에미상에서 상을 받는 것은 '오징어 게임' 이전에는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라며 "이 시리즈는 언어의 장벽만 넘으면 우리 콘텐츠가 전 세계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고 짚었다.
'오징어 게임'이 하나의 성공 사례로서 국내 콘텐츠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시즌1이 공개된 이후 넷플릭스와 디즈니+, 애플TV+ 등 글로벌 OTT는 '제2의 오징어 게임'을 기대하며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오징어 게임'은 전세계적인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며 "엄청난 성공 사례 덕분에 한국 영상물과 콘텐츠 제작 인력에 대한 서구권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OTT와 국내 미디어 기업,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덕분에 작품들의 제작 규모 자체가 커졌고, 한국 콘텐츠에 대한 해외 시장의 수요도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cou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