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명문 클럽 알 힐랄이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이탈리아 명장 시모네 인자기 감독이 이끄는 알 힐랄은 27일(한국시각) 미국 내슈빌의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린 2025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전반 살렘 알 도사리의 선제골과 후반 레오나르도의 쐐기골에 힘입어 파추카(멕시코)를 2대0으로 꺾어 대회 16강행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알힐랄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팀 중 유일하게 토너먼트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다음 라운드에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지난 2020-2021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4연패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격돌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는 32개 팀 체제로 확대된 첫 대회로, 각 조 상위 2팀이 16강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H조에 속한 알 힐랄은 앞선 두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1-1로 비기고,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와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며 무승부를 거둬 승점 2점에 머물렀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파추카전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알 힐랄은 경기 초반부터 강한 압박과 빠른 공격 전개로 승리를 따냈고, 승점 5점(1승 2무)을 확보하며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반면 이미 조별리그에서 2패를 기록하며 탈락이 확정된 파추카는 마지막 경기에서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최선을 다했지만 3전 전패로 돌아가게 됐다.

알 힐랄은 이날 4-2-3-1 전형으로 나섰다. 야신 부누가 골문을 지켰고, 수비진에는 헤난 로디, 칼리두 쿨리발리, 하산 알탐박티, 주앙 칸셀루가 배치됐다. 중원은 후벵 네베스와 나세르 알다우사리가 보호했고, 2선 공격진에는 말콤,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 살렘 알다우사리가 출전했으며, 최전방에는 브라질 출신 마르쿠스 레오나르두가 나섰다.
이에 맞서는 파추카는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세바스티안 후라도가 골키퍼로 나왔고, 페데리코 페레이라, 세르히오 바레토, 에두아르도 바우먼이 백3를 구축했다. 그 위 미드필드진은 알론소 아세베스, 아우구스틴 팔라베시노, 엘리아스 몬티엘, 카를로스 산체스로 구성됐다. 최전방 공격진에는 케네디, 호세 살로몬 론돈, 알렉세이 도밍게스가 출전했다.
경기 초반부터 양 팀은 치열한 탐색전을 벌였다. 전반 3분 파추카의 도밍게스가 박스 바깥에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문을 벗어났다.
알 힐랄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전반 7분 네베스가 먼 거리에서 강하게 슈팅을 날렸으나 수비에 맞아 무산됐고, 이어 전반 8분 칸셀루가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노렸지만, 역시 정확도가 부족해 골문을 벗어났다.

전반 22분 마침내 경기가 요동쳤다. 알힐랄의 주장 살렘 알다우사리가 절묘한 침투 움직임으로 골망을 갈랐다. 중원에서 나세르 알다우사리가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로빙 패스를 찔러줬고, 이를 완벽하게 컨트롤한 살렘 알다우사리는 전진해 나오던 파추카 골키퍼 후라도의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칩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파추카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전반 29분 론돈이 박스 안에서 헤더 슈팅을 시도했으나, 공은 골문 옆으로 벗어났다.
전반 42분엔 파추카의 팔라베시노가 박스 바깥에서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부누 골키퍼의 안정적인 선방에 막혔다.
이후 전반전은 추가 득점 없이 종료됐고, 알 힐랄이 1-0으로 앞선 채 하프타임에 돌입했다.

후반전 들어서는 파추카가 더욱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후반 10분 론돈이 박스 근처에서 오른발로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알 힐랄 수비진의 육탄 저지에 막혔다.
파추카는 이어 후반 12분과 18분, 바레토와 도밍게스를 빼고 브라이언 곤살레스, 아빌레스 우르타도를 넣었고, 케네디를 빼고 알란 바우티스타를 투입하며 공격력을 강화했다.
알힐랄은 후반 26분 레난 로디를 빼고 모테브 알하르비를 투입하며 수비 안정에 집중했고, 후반 31분에는 살렘 알다우사리가 부상 우려 속에 교체되어 모하메드 칸노와 교체됐다.
파추카도 후반 32분 팔라베시노와 아드리안 산체스를 빼고 페드로 페드라자와 일리언 에르난데스를 투입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가장 아쉬운 장면은 후반 36분에 나왔다. 파추카의 우측면 크로스가 골문 앞에 떨어졌고, 이를 받은 교체 투입된 에르난데스가 슈팅을 시도했지만 공이 정확하게 맞지 않아 골키퍼 부누가 쉽게 처리했다. 결정적인 동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알힐랄은 경기 종료가 다가오던 후반 추가시간 5분 찾아온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중원에서 네베스가 전방으로 로빙 패스를 연결했고, 레오나르두가 수비 뒷공간을 돌파하며 공을 잡아냈다. 레오나르두는 침착하게 골키퍼를 제치고 비어 있는 골문으로 추가골을 성공시키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결국 알 힐랄은 2-0 완승을 거두며 조 2위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편, 같은 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또 다른 H조 경기에서는 레알 마드리드가 잘츠부르크를 3-0으로 완파하며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이로써 H조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승점 7), 알 힐랄(승점 5)이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알 힐랄은 16강에서 G조 1위 맨체스터 시티와 맞붙는다. 경기 일정은 7월 1일 오전 10시(한국시간)이며, 장소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캠핑 월드 스타디움이다.
맨시티는 조별리그에서 3경기 13득점이라는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주며 압도적인 조 1위를 차지했다.
알힐랄이 과연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온 유럽 최고의 팀인 맨시티를 상대로 어떤 전략과 결과를 만들어낼지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