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토트넘 홋스퍼를 유럽 정상에 올려놓고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하위권 부진 책임을 지고 경질된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불과 몇 주 만에 새로운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행선지는 뜻밖에도 북미 대륙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무대다. 미국 대도시 로스앤젤레스를 연고로 한 LA FC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고려 중이라는 신뢰할 만한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7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사커 구단 LA FC는 전 토트넘 홋스퍼 감독 안지 포스테코글루를 차기 감독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현재 LA FC를 이끄는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은 이번 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나 독일로 복귀할 예정이다. LA FC는 포스테코글루를 그 후임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체룬돌로 감독은 현역 시절 독일 하노버 96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던 미국 축구의 상징적 인물 중 하나다.

영국 '데일리메일' 역시 같은 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에서 경질된 지 불과 몇 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MLS 진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LA FC는 포스테코글루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으며, 이는 '충격적인 감독직 복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LA FC는 MLS 웨스턴 콘퍼런스에서 6위를 달리면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유지하고 있다.
LA FC는 현재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도 출전, 브라질 플라멩구와는 비겼으나 첼시(잉글랜드)와 ES 튀니스(튀니지)에 연패하며 조별리그 탈락했다.
이런 부진한 흐름 속에서 구단은 새로운 지도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UEFA 클럽대항전 우승 경험이 있는 포스테코글루는 LA FC에 매력적인 카드가 되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LA FC 소속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묘한 관계인 전 프랑스 국가대표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뛰고 있다는 점이다. 요리스는 토트넘 주장을 오랜 기간 맡았으나 2023년 6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온 뒤 캡틴 완장을 손흥민에게 내준 것은 물론 전력 외로 밀려난 끝에 2024년 1월 쫓겨나듯이 LA FC로 왔다.

호주 대표팀과 일본 J리그 요코하마 F. 마리노스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021년부터 2년간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2년 전 토트넘 사령탑에 부임했다.
그는 2022-2023시즌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리그컵, 스코티시컵을 휩쓸며 '도메스틱 트레블'을 달성했고, 유럽 무대에서도 전술적 다양성과 공격적인 축구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때의 성과를 인정받아 '축구계 제3세계' 호주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뒤로 하고 프리미어리그 지휘봉을 잡았다.
토트넘 부임 첫 해인 2023-2024시즌, 포스테코글루는 프리미어리그 초반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초반 10경기에서 8승2무를 기록하며 토트넘을 선두에 올려놨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자신도 승승장구했다. 부임 직후인 2023년 8월, 9월, 10월 3개월 연속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알렸다. 시즌 최종 순위는 5위로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2년 차 시즌은 재앙에 가까웠다.
2024-2025시즌 토트넘은 심각한 경기력 저하와 선수단 부상, 내분 등 복합적인 이유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결국 프리미어리그 최종 17위라는 충격적인 성적으로 마무리됐다.
강등권인 18~20위 바로 위다. 시즌 중반 포스테코글루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고, 팬들과의 갈등도 심화되며 여론도 등을 돌렸다.

그럼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시즌 종료까지 자리를 지켰고, 유럽 무대에서는 큰 성과를 거뒀다.
지난 5월 22일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며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이다.
이 우승은 토트넘에게 17년 만의 메이저 대회 우승이자, 1984년 UEFA컵(유로파리그 전신) 이후 41년 만의 유럽대항전 우승이었다.
그러나 역사적 업적에도 불구하고, 토트넘 구단 이사회는 리그 부진의 책임을 물어 유로파리그 우승 약 일주일 뒤에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결별을 택했다.
구단은 공식 성명을 통해 "유로파리그 우승은 클럽 역사상 위대한 순간"이라고 인정했지만, 프리미어리그 두 시즌 66경기 승점 78점이라는 부진한 성적은 간과할 수 없다는 듯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토트넘은 경쟁력 있는 구단이 되기 위해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믿는다"며 "이번 결정은 가볍게 내려진 것이 아니며, 미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어려운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대신해 브렌트퍼드의 토마스 프랑크 감독을 선임했고, 이는 곧장 차세대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했다.

한편,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LA FC 외에도 올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우승팀인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 클럽인 알아흘리와도 연결돼 있다.
BBC는 "알아흘리는 현재 독일 출신 마티아스 야이슬레가 이끌고 있지만, 포스테코글루가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알아흘리는 사우디 리그의 대표적인 '빅4' 구단 중 하나다.
이에 따라 포스테코글루의 향후 행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LA FC의 공식 제안 여부와 MLS 시즌 종료 시점이 향후 향방을 가를 열쇠가 될 전망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짧은 프리미어리그 경력이었지만, 유럽 무대 정상에 올랐고, 잉글랜드에서 잊을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감독 인생의 다음 장이 미국에서 열릴지, 혹은 중동 무대일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그의 리더십과 전술적 색채를 원하고 있는 팀이 많다는 점은 분명하다.
포스테코글루가 LA FC를 통해 다시 스타디움의 조명을 받게 될지,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