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다람쥐·들쥐, 도시생활 125년만에 두개골·치열이 달라졌다"
연합뉴스
입력 2025-06-27 08:41:54 수정 2025-06-27 08:41:54
美 연구팀 "도시화로 인한 빠른 환경 변화가 초래한 '실시간 진화' 사례"


1898년 미국 시카고에서 수십된 들쥐의 두개골과 가죽[Field Museu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진화는 보통 수천~수백만 년간 작은 변화가 축적돼 일어나는 과정이다. 그런데 미국 시카고 지역에서 살아온 다람쥐와 들쥐에서 125년 사이에 두개골 크기와 치열 등이 변하는 진화가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1906년 시카고에서 수집된 다람쥐 두개골[Field Museu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시카고 필드 자연사 박물관 스테파니 스미스 박사팀은 27일 과학 저널 통합 및 비교생물학(Integrative and Comparative Biology)에서 125년 전부터 수집돼 수장고에 보관 중인 다람쥐와 들쥐 두개골을 비교, 도시화된 환경에 적응해 진행된 '실시간 진화'(real-time evolution) 사례를 발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필드 박물관 포유류 수집품은 전 세계에서 온 24만5천점 이상의 표본으로 구성돼 있고, 여기에는 박물관이 있는 시카고 지역의 동물 표본이 잘 갖춰져 있다.

연구팀은 수장고에 보관 중인 동물 표본 중 시카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치류인 동부줄다람쥐(Tamias striatus) 132마리와 동부초원들쥐(Microtus pennsylvanicus) 193마리의 두개골을 측정했다.

스미스 박사는 두개골에는 감각 기관 및 식습관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고, 전반적인 몸 크기와도 연관이 있다며 "두개골을 통해 동물들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고 정보를 받아들이는지 등 진화적으로 중요한 변화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다람쥣과 동물인 동부줄다람쥐는 대부분 시간을 지상에서 보내고 도토리, 씨앗, 곤충, 개구리 등 다양한 먹이를 먹는다. 반면 동부초원들쥐는 햄스터와 더 가까운 친척으로 주로 식물을 먹고 땅속 굴에서 주로 지낸다.

필드 박물관의 다람쥐 표본[Field Museu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전체 두개골 길이나 치열(이빨 배열) 길이 등 여러 부위를 측정했다. 또 다람쥐 82마리와 들쥐 54마리의 두개골을 3D로 스캔하고, 디지털상에 두개골들을 겹쳐놓고 특정 지점 간 거리도 비교했다.

분석 결과 두 종 모두 125년 사이에 두개골에 제한적이지만 유의미한 변화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두 종의 두개골 변화에는 차이가 있었고, 이 변화에는 도시화가 기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다람쥐의 두개골은 연구기간 전반에 걸쳐 크기가 증가했고, 입 양쪽 치열의 길이는 짧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달라진 먹이의 영향으로 추정됐다.

들쥐 두개골에서는 청각과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내이(inner ear)를 감싸는 뼈 돌기(bony bump)가 작아지는 변화가 관찰됐다. 특히 도시화된 지역에서 채집된 들쥐는 형태 다양성이 줄고 두개골이 평평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왜 생겼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다람쥐 몸집이 커지고 치열 길이가 감소한 것은 식이 변화와, 그리고 들쥐 두개골 형태 변화는 도시화 정도와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두 종의 두개골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변화한 것은 도시화된 서식지가 이들에게 각기 다르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다람쥐 몸집이 커지고 이빨이 작아진 것은 도시화로 인간 관련 음식을 더 많이 먹고 도토리 같은 딱딱한 먹이는 덜 먹게 됐기 때문일 수 있고, 들쥐의 청각 관련 뼈 구조 변화는 도시 소음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설치류가 인간과 함께 사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작지만 실제적인 진화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인간이 환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얼마나 동물들이 살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지 보여주는 경고라고 말했다.


◆ 출처 : Integrative and Comparative Biology, Stephanie Smith et al., 'Limited cranial shifts in city-dwelling rodents after a century of urbanization', https://academic.oup.com/icb/advance-article-abstract/doi/10.1093/icb/icaf081/8158706?redirectedFrom=fulltext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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