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월당, 한국에 돌아가야"…日 우익 협박에도 꺾이지 않은 결심
연합뉴스
입력 2025-06-24 16:35:50 수정 2025-06-24 16:35:50
사토 다카오 고토쿠인 주지·게이오대 교수 "한일 협력 모델 되길"
2002년 주지 취임 뒤 뜻 이어가…"문화유산 회복, 세계적 흐름"
"조사하면 할수록 중요한 건물 생각…해체·운송 비용 부담 당연"


인사말 하는 사토 다카오 주지(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조선 왕실 사당 관월당, 100년 만에 일본에서 귀환' 언론공개회에서 '관월당' 소장자인 사토 다카오 고덕원 주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6.24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제국주의 시대에 반출된 문화유산을 회복(반환)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중요한 건 바로 마음가짐이지요."

일본 가마쿠라(鎌倉)의 사찰 고토쿠인(高德院·고덕원)을 책임지는 사토 다카오(佐藤孝雄·62) 주지 겸 게이오대 민족학고고학 교수의 말투는 단호했다.

문화유산이 원래 있던 곳, 제자리를 찾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고토쿠인 경내에 있던 한국 건축물, 관월당(觀月堂)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2002년 주지가 됐을 때부터 관월당을 '고향'인 한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선 왕실 사당 관월당, 100년 만에 귀환'(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조선 왕실 사당 관월당, 100년 만에 일본에서 귀환'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관월당 해체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2025.6.24 mjkang@yna.co.kr

굳은 다짐은 23년이 지나 마침내 현실로 이어졌다. 국가유산청·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약정을 맺고 관월당의 모든 부재를 '조건 없이' 기증하기로 하면서다.

2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난 사토 주지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관월당을 한국에 돌려보내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관월당은 조선 후기 왕실 사당과 관련한 건물로 추정된다.

지금의 서울 지역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으나, 1920년대 조선식산은행을 거쳐 일본의 기업가인 스기노 기세이(杉野喜精·1870∼1939)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1930년대 고토쿠인으로 옮겨져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100여년간 타국살이를 했다.

'관월당, 100년 만에 일본에서 귀환'(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조선 왕실 사당 관월당, 100년 만에 일본에서 귀환' 언론공개회에서 '관월당' 소장자인 사토 다카오 고덕원 주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6.24 mjkang@yna.co.kr

사토 주지는 2019년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김병철 교수, 한일 관계 연구자인 하종문 한신대 교수 등과 상의하며 한국에 돌려보내고 싶다는 뜻을 다시금 굳혔다.

이후 그는 국가유산청,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만나 건축물의 특징과 역사를 학술적으로 연구했고, 지난해 건물을 모두 해체해 관련 부재를 한국으로 옮겼다.

해체와 운송에 드는 비용은 모두 자비로 부담했다고 한다.

'조선 왕실 사당 관월당, 100년 만에 귀환'(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조선 왕실 사당 관월당, 100년 만에 일본에서 귀환'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관월당 해체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2025.6.24 mjkang@yna.co.kr

사토 주지는 "조사하면 할수록 아주 중요한 건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떻게든 이 건물을 한국에 돌려줄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여겼다"고 전했다.

그는 "건물이 점차 노후화되면서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문화유산을 보관·관리해 온 입장에서 비용을 내는 건 당연한 책임이라고 생각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사당이라는 건물은 돌아가신 분의 혼을 달래거나 기도하는 곳"이라며 "그 뜻을 살리기 위해서는 원래 있었던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간 우호 관계를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6월 해체 작업 안전기원 법요 및 상호 협력 조인식왼쪽은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오른쪽은 사토 다카오 고토쿠인 주지 겸 게이오대 교수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해외에 있는 건축유산이 온전히 '귀환'한 것은 관월당이 처음이다.

그렇기에 준비해야 할 점도, 챙겨야 할 점도 적지 않았다.

관월당이 있는 고덕원은 높이가 11m에 달하는 대형 불상(국보 '가마쿠라 대불')으로도 유명한데, 대불전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터도 국가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사토 주지는 해체 당시 가마쿠라 시, 문화청 등과 협의했다며 "건물을 보존·복원하기 위해 해체한다고 보고하면서 한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사토 다카오 고토쿠인 주지 겸 게이오대 교수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래전부터 관월당을 돌려보내고자 한 만큼 아쉬운 부분도 있다.

2010년 종교계를 중심으로 논의가 나왔으나, 성사되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사토 주지는 "15년 전 기증 이야기가 나왔으나 허락 없이 진행됐다"며 "다음 날 일본 내 우익단체가 사찰 앞에 나타나겠다는 협박 전화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일을 겪으면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분명해졌다"며 "한일 양국의 우호 협력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시기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15년 전과 다른 건 관월당 부재가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지요. 과거 우익단체의 활동으로 인해 사업이 방해될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렇기에 더 신중하려고 했죠."

사토 다카오 고토쿠인 주지 겸 게이오대 교수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토 주지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예상치 못한 계엄으로 불안하기도 했다"면서도 "이미 해체 사업은 진행 중이기에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월당이 한일 양국의 문화유산 협력 분야에서 이정표가 되길 바랐다.

사토 주지는 "일본 내에서는 식민지 시대에 반출된 문화유산을 회복해야 한다는 뜻을 가진 연구자가 많다"며 "관월당 사례는 하나의 모델(본보기)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일 문화유산에 대한 학술교류를 지원하기 위해 1억엔(약 9억4천만원)의 기금을 마련해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기부하는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 뜻을 품은 뒤 관월당을 한국으로 완전히 돌려보내기까지 24년이 걸렸습니다. 모두의 도움 덕분입니다. 중요한 일을 마무리하게 돼 자부심을 느낍니다." (웃음)

국가유산청, 일본 고덕원과 '관월당' 부재 기증 협약 체결(서울=연합뉴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관월당' 부재를 한국으로 정식 양도하는 기증협약서에 서명한 뒤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토 다카오 고덕원 주지,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 2025.6.24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ye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인기순
최신순
불 타는 댓글 🔥

namu.news

ContáctenosOperado por umanle S.R.L.

REGLAS Y CONDICIONES DE USO Y POLÍTICA DE PRIVACIDAD

Hecho con <3 en Asunción, República del Paragu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