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부산, 최원영 기자) 소중한 기회를 잘 잡았다.
롯데 자이언츠 김동혁은 팀 내 외야수들이 줄지어 부상으로 이탈하자 최근 그 공백을 메우는 중이다. 더불어 '1번 타자' 고민도 해결해 주고 있다.
롯데는 올 시즌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황성빈을 중용했다. 황성빈은 지난달 5일 SSG 랜더스전 도중 슬라이딩 과정에서 손가락 골절이 생겨 전력에서 사라졌다.
장두성이 빈자리를 채웠다. 1번 중견수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아 맹활약했다. 장두성도 부상 암초를 만났다. 지난 12일 KT 위즈전서 상대 투수의 견제구에 오른쪽 옆구리를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다. 폐 타박에 의한 출혈이 있어 안정을 취했고, 상태가 호전돼 회복을 마치고 훈련을 시작했다.
장두성마저 이탈하자 김동혁이 등장했다.
김동혁은 제물포고, 강릉영동대 출신으로 2022년 롯데의 2차 7라운드 64순위 지명을 받았다. 이듬해인 2023년 데뷔해 15경기서 7타수 무안타 3득점을 기록했고, 지난해엔 39경기서 15타수 3안타 8득점을 빚었다.
어렵사리 기회를 얻은 올 시즌엔 강점인 수비를 바탕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1번 중견수' 자리를 꿰찼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열심히 잘하고 있다. 수비는 보시다시피 톱(Top) 급이다. 몸 사리는 것도 없고 송구도 좋다"며 극찬했다.


지난 20-22일 삼성과의 주말 3연전 도중 마주한 김동혁은 "사실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팀 동료가 다쳐 내가 경기에 나가게 됐는데, 출전하는 것은 정말 감사하지만 누군가가 아파서 빠졌다는 것을 떠올리면 마음이 안 좋다"며 "선수들이 다 돌아올 때까지 팀이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는 생각뿐이다"고 입을 열었다.
장점인 수비에 관해서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수비로 1점이라도 막기 위해 많이 신경 쓰고 있다"며 "2군 퓨처스팀에서부터 수비 훈련 시 최대한 많은 공을 잡아내기 위해 연습했다"고 밝혔다.
김동혁은 "중견수로서 더 넓은 수비 범위를 책임지려 한다. 좌익수 전준우 선배님, 우익수 빅터 레이예스는 타격 면에서 정말 대단한 선수들이다"며 "내가 수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준다면 두 선수가 타석에서 더 잘 치고, 득점권에서 점수도 내줄 것 같아 열심히 도우려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장 전준우에게 조언도 듣고 있다. 김동혁은 "(전)준우 선배님은 베테랑이시고 경험도 진짜 많다. 대단하신 분이다"며 "경기 중 내게 '동혁아 조금 뒤에서 수비해야 한다', '지금은 슬라이딩하면 안 된다', '공 잡으면 어디로 던지자' 등의 이야기를 해주신다"고 전했다.
이어 "솔직히 중견수 자리에 서서 양옆의 준우 선배님과 레이예스를 보면 바라만 봐도 '아, 나는 진짜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든든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몸이 튼튼해 펜스에 부딪히는 것도 두렵지 않다"고 한 적 있다. 김동혁은 "요즘은 펜스가 푹신하게 잘 나온다. 내 위치에서 펜스가 무서워 수비를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그것보다 2군에 내려가는 게 더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께서 건강하게 잘 낳아주셨다. 팀 내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관리를 정말 잘해주셔서 걱정이 없다"고 미소 지었다.


타격은 더 보완해야 한다. 46경기서 타율 0.256(43타수 11안타)를 기록했다. 4타점, 10득점, 8도루를 더했다. 다만 타율 대비 출루율은 무척 높은 편이다. 0.418를 뽐냈다. 또한 득점권 타율도 0.500(6타수 3안타)로 훌륭했다. 안타 3개 중 1개는 2루타, 1개는 3루타였다.
김동혁은 "타격에 더욱더 집중하고 있다. 혼자 '수비에선 칭찬도 듣는데, 여기서 타격까지 더 잘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한다"며 "다음 경기 선발투수에 대한 분석도 많이 하고, 코치님들과 여러 대화도 나눈다. 아직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 간절하게 노력 중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잘해야 하는 선수다. 어떻게든 출루해 상대 팀을 흔들고 득점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계속해서 준비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은 "부상선수들이 돌아와도 고민이다. 누굴 빼고 넣어야 할지 머리가 아프다"며 "그만큼 선수들이 기회를 잡고 잘해주고 있다. 특히 젊은 선수들은 1군의 맛을 보지 않았나. 정말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존 경쟁에 관해 김동혁은 "다들 잘하는 선수들인데, 다 돌아왔을 때 그 안에서 경쟁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특히 우리 외야진은 진짜 돈독하다. 선수들이 복귀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며 "한편으론 나도 더 잘하고 싶다. 팀이 강해지고 있는 듯해 기쁘다"고 눈을 반짝였다.

사진=부산, 최원영 기자 / 롯데 자이언츠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