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최북단주 미나와오 난민캠프…농사와 목축에 시장도 열려
여전한 보코하람 위협에 나이지리아로 귀환하는 난민 줄어
여전한 보코하람 위협에 나이지리아로 귀환하는 난민 줄어

(마요차나가<카메룬>=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난민캠프는 난민의 행동이나 권리를 제약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닙니다. 난민들도 난민캠프 내외에서 다양한 경제 활동을 하며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취재팀과 아프리카 기후변화 관련 출장에 동행한 이새길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공보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카메룬 최북단주에 있는 미나와오 난민캠프를 방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카메룬 내 유일한 난민캠프인 이곳에는 나이지리아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위협을 피해 국경을 넘은 난민 약 8만명이 살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차를 타고 캠프에 들어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난민캠프에 대한 기자의 편견이 깨졌다.
기자는 그동안 난민들이 캠프에서만 폐쇄된 생활을 하고 국제기구, 비정부단체(NGO)로부터 식량 같은 물품을 배급받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미나와오 난민캠프 내 풍경은 훨씬 다채로웠다.
난민들이 생활하는 집을 보면 흙집과 벽돌집, 슬레이트집(석판집) 등 여러 재료로 지어졌다.
난민캠프에서 병원, 학교 등 교육·보건 시설뿐 아니라 식당, 상점도 눈에 들어왔다.
카메룬 내 여느 마을에 비해 시설이 열악하지만, 그 풍경이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다.

난민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도 흥미롭다.
많은 난민이 농사를 짓거나 소, 닭 등 목축업을 하지만 일부 난민은 캠프 밖에서 모토택시(오토바이택시) 기사로 돈을 번다고 한다.
또 유엔난민기구 현지 사무소 관계자들은 난민캠프에서 팔뚝보다 큰 메기가 가득한 양어장도 취재팀에 보여줬다.
난민들이 치어를 사다가 키운 메기들이다.

캠프에는 시장이 열리는 등 오래전부터 상권이 형성됐다.
난민들은 외부에서 기름, 과일 등 다양한 물건을 들여와 캠프 안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미나와오 난민캠프에서 생활하지만, 그 전에는 나이지리아에서 상인, 교사, 기술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었다.
캠프 내 넓은 공터에서는 청년들이 유니폼을 입고 축구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고향을 떠난 난민들은 절망적 과거에 머물지 않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삶을 이어가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국제사회 지원이 줄어든 만큼 난민들의 자립심이 갈수록 요구되는 상황이다.
미나와오 난민캠프의 경우 난민들이 처음에 들어온 뒤 2∼3일 체류하는 '트랜싯센터(Transit Center)'에서 2015∼2019년 식사뿐 아니라 조리용품, 이불 등을 제공했지만 2020년부터는 국제사회 지원 축소의 여파로 비식품 물자만 제공하고 있다.
난민들은 저마다 능력을 발휘하면서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미나와오 난민캠프 내 묘목장에서 일하는 여성 리디아 야쿠부(45) 씨는 캠프 안팎에서 나무를 심는 '메이크 미나와오 그린 어게인(Make Minawao Green Again)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보람을 느낀다고 취재팀에 밝혔다.
그는 2015년 보코하람 조직원의 총구에 생명의 위협을 느껴 피란한 뒤 미나와오 캠프에서 11년째 지내는데 생활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야쿠부 씨는 "캠프에 나무를 많이 심으면 햇볕을 피해 안전하게 휴식하는 공간이 생기게 되고 땔감도 안전하게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여기에서 배운 지식을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집에 돌아가면 아이들에게 그날그날 배운 것들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알리 아바차(59) 씨는 유엔난민기구가 추진한 '151ha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난민이다.
이 프로젝트는 난민 200가구에 경작지 100ha를 제공하고 캠프 인근 지역 사회 주민들에게도 농지 51ha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3년 미나와오 난민캠프에 들어온 아바차 씨는 작년부터 미나와오 난민캠프 인근 땅에서 쌀 등 농작물을 기르고 있다.
그는 "어느 때부턴가 식량 배급이 끊기고 경작할 땅도 없어 생계를 이어가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땅이 생겨서 기쁘다"며 "다른 난민들도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이 프로젝트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바차 씨는 "카메룬 정부가 나 같은 난민을 환대하고 보호해줬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이 쉽지 않다"며 "한국도 지구 반대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지원해주면 굉장히 감사할 것"이라고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들을 비롯한 캠프 내 난민 대부분은 고향으로 돌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국인 나이지리아 치안이 아직 불안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야쿠부 씨는 인터뷰에서 "나이지리아에서 느낀 위협이 너무 무서워 지금 당장 나이지리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 피란 때 느낀 죽음의 공포가 아직 가시지 않은 듯 보코하람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보코'라고 언급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미나와오 난민캠프가 설치된 뒤 이듬해인 2014년부터 지금까지 난민 본인의 결정으로 고국으로 돌아간 이른바 '자발적 귀환'은 5천명 정도다.
작년 한 해에는 나이지리아에 돌아간 난민이 242명에 그쳐 연평균 규모를 훨씬 밑돌았다.
유엔난민기구 관계자는 "보코하람이 지난해 카메룬 국경지역에서 활동을 확대한 탓에 자발적 귀환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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