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와오 난민캠프, 사막화 늦추기 위한 나무 심기…친환경 숯 생산하고 아이들 환경보호 가르쳐
이전엔 무차별 벌목으로 지역민과 갈등…지금은 땅 경작하고 지역사회 돕는 자립적 경제주체
이전엔 무차별 벌목으로 지역민과 갈등…지금은 땅 경작하고 지역사회 돕는 자립적 경제주체

(마요차나가<카메룬>=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황량한 땅에서 난민들이 일구는 희망의 숲.
연합뉴스 취재팀이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닷새간 기후난민 취재차 사막화가 심각한 카메룬 최북단주를 찾았을 때 드물게 빽빽한 숲을 본 곳 중 하나가 미나와오 난민캠프다.
미나와오 난민캠프는 나이지리아 국경에서 약 70㎞ 떨어진 마요차나가 지역에 있다.
면적은 623헥타르(ha)로 축구장 약 870개 규모다.
이곳에는 카메룬에서 거주하는 난민 40만여명 가운데 8만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2013년부터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을 피해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다.
보코하람은 서양식 교육에 반대한다며 나이지리아 북동부를 중심으로 학생들을 대규모로 납치하고 마을을 습격하는 등 악명 높은 테러 조직이다.
미나와오 캠프 난민들은 유엔난민기구(UNHCR), 카메룬 지방 정부 등의 도움으로 나무심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에 맞서고 있다.
11일 최북단주 주도 마루아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1시간 30분가량 이동한 뒤 찾은 미나와오 난민캠프 묘목장에서는 여성들이 모종 화분을 정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망고, 파파야 등 과실수를 중심으로 어린나무가 담긴 화분은 캠프 전역으로 옮겨진 뒤 땅에 심어질 예정이다.
이 작업은 유엔난민기구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메이크 미나와오 그린 어게인(Make Minawao Green Again)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난민들은 프로젝트에 참여해 미나와오 캠프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 나무를 심었다.
이에 따라 키가 5m 넘게 자란 나무들이 곳곳에서 더위를 식힐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숲은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를 늦출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또 캠프 내 난민들은 2017년부터 친환경 숯을 제작해 요리 등의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 숯은 쌀겨, 땅콩 껍데기 등을 태운 뒤 빻은 가루를 뭉쳐서 단단한 고체로 만든 것이다.
숯 1.5㎏을 사용하면 5인 가구가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현재 캠프 내 가구의 49%가 이 숯을 쓰고 있다고 유엔난민기구가 소개했다.
이에 따라 난민들이 땔감용 나무를 과거보다 훨씬 덜 쓰게 됐다.
유엔난민기구는 친환경 숯을 위해 쌀 회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대량으로 난민들에게 쌀겨를 지원한다.

나무 심기와 친환경 숯의 이면에는 쓰라린 산림 파괴의 경험이 있다.
2013년 미나와오 난민 캠프가 설치된 뒤 유입된 나이지리아 난민들은 주변 지역 나무를 대거 자르면서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난민들은 단순히 땔감을 위한 목적뿐 아니라 돈벌이를 위해 팔려고 나무를 닥치는대로 잘랐다.
이에 따라 미나와오 난민 캠프에서 약 8㎞ 떨어진 자메이 보호구역에서는 산림의 94%가 파괴됐다.
현재 686ha로 줄어든 자메이 보호구역은 과거 원숭이, 멧돼지, 악어, 뱀 등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였다.
그러나 난민들의 벌목으로 숲은 거의 황폐화했고 주변 지역 강도 사라지게 됐다.
난민들의 삶은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니와오 캠프 주변의 사막화가 심해지자 난민들은 나무, 물 등을 구하려고 먼 지역까지 이동해야 했다.
여성과 아이들은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걸어서 다녀오는 과정에서 폭력 등 위험에 노출된다.
다른 한편으로 난민들이 산림 파괴 등 자연 훼손으로 이어지면서 기후 위기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난민들의 나무 심기와 친환경 숯은 망가진 자연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고 사막화를 늦추는 노력이다.
아울러 미나와오 캠프 내 학교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환경 보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유엔난민기구 관계자가 전했다.
유엔난민기구는 작년부터 난민들이 땅을 경작하고 자립의 힘을 기르도록 지원하는 '151ha 프로젝트'도 펼치고 있다.
지방 정부로부터 미나와오 캠프 인근 151ha를 땅을 받아 난민들에게 100ha를, 지역 주민들에게 51ha를 농경지로 제공했다.
이 땅은 원래 농업용으로 쓰기 척박했는데 난민들은 쌀, 수수 등을 심어 작년 한해 농작물 100t을 생산했다고 유엔난민기구 현지 사무소가 전했다.
마요차나가 지역정부 책임자인 아봄 당 장 보스코 씨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난민들의 다양한 활동은 사막화 속도를 늦추고 농사를 위한 토양을 더욱 비옥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이어 "난민들의 활동은 사회 통합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유엔난민기구를 비롯한 국제기구의 지원이 난민캠프로 이어지면서 지역 사회가 그 낙수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nojae@yna.co.kr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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