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발 가격 인상에 유가까지…인플레 재점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미국이 22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 3곳을 직접 공격하면서 국제 유가가 출렁이고 있다. 유가 상승 우려로 인해 미국 경제에도 인플레이션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미국이 이란 핵시설 3곳에 대한 공격을 단행한 이후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반갑지 않은 전망에 직면해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원유와 가스 가격 상승이 거의 확실시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관건은 가격 급등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라고 CNN은 전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달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이후 약 13% 오른 상태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이후 WTI 선물은 현지시간 22일 오후 7시50분 현재 2.56% 오른 배럴당 75.73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개장 직후 배럴당 78.40달러까지 치솟았다.
유가의 방향은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봉쇄할지에 달려있다.
앞서 이란 의회(마즐리스)는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최종 결정권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다.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우 대표는 호르무즈 해협이 영향을 받을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으며 (미국)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최근 가격 대비 갤런당 약 75센트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CNN은 전했다.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에너지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해 세계 석유 공급을 차단하면 미국과 동맹국들로부터 더 많은 군사력을 끌어들일 위험이 있다면서 이란이 페르시아만의 석유·가스 인프라를 공격할 수도 있다고 봤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에너지 고문으로 활동했던 맥널리 대표는 "그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유가 급등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량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2천만 배럴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대부분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시장을 향한다. 중국은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되는 모든 석유의 3분의 1을 구매하는 반면 미국은 3% 미만을 구매한다고 CNN은 전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에 대해 "난 중국 정부가 이란에 연락하기를 권한다. 중국은 원유 수입을 호르무즈 해협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소비자들도 그 여파를 피해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의 여파로 가격 인상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중동 위기로 유가까지 뛰면 미국 가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ING의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인 제임스 나이틀리는 CNN에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 원유와 가스의 해상 수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에너지 비용이 급등할 것"이라면서 이를 미국 소비자에게 미칠 가장 직접적인 영향 중 하나로 봤다.
그는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이 이미 가계 소비력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 상승은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켜 경제 둔화가 더 심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k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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