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이은준의 AI 톺아보기…AI 영화, 기술과 철학의 접점
연합뉴스
입력 2025-06-23 09:55:11 수정 2025-06-23 09:55:11


이은준 경일대 교수본인 제공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밝힌 대로 'AI 국제영화제'에서 'Diner Date'라는 작품으로 수상을 했다. 영화제는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다양한 토론 세션이 많다.


수상 이후 세계 각국에서 온 인공지능(AI) 전문가의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서는 AI가 영화 제작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다루는 다양한 철학적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필자 역시 토론에 참여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AI 영화제작의 속도와 한계라는 주제로 받은 질문 중에 AI를 활용한 비디오 생성, 오디오 합성, 스크립트 관련 질문을 받았다. 질문자는 그뿐 아니라 창의적 AI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한 AI 기반 영화 제작 도구의 개선 속도를 어떻게 설명할지 물었다.


이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AI 기반 영상 생성, 오디오 합성, 시나리오 작성 도구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발전했다. GPT-4와 같은 대형 언어 모델은 자연스럽고 창의적인 대본을 작성할 수 있다. 런웨이(Runway), 피카랩스(Pika Labs) 같은 영상 생성 모델은 몇 초 만에 고품질 비디오를 출력한다. 한마디로 AI의 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불과 1년 사이에 AI가 생성한 영상은 더욱 현실적으로 변했으며, 표정과 자연스러운 움직임도 향상됐다. AI 음성 합성 기술 또한 인간의 목소리를 거의 완벽하게 복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AI의 발전 속도는 영역별로 차이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 작성과 영상 편집을 하는 AI는 상대적으로 발전 속도가 빠르지만, 감정적 디테일이 필요한 배우 연기 재현이나 장면의 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기술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또한 유머와 창의적 스토리텔링은 여전히 AI에 어려운 과제다. 이러한 요소는 문화적 맥락과 인간 심리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세션도 많은 화두가 있었다. AI 영화가 인간이 만든 영화와 구별되지 않는 시점에 관한 내용도 눈길을 끌었다.


한 질문자는 필자에게 이러한 궤적을 감안할 때 AI가 생성한 영화가 일반 대중에게 실사 제작과 구별할 수 없을 때까지 얼마나 걸릴 것으로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기술적, 예술적 또는 윤리적 측면에서 극복해야 할 요소도 있는지 추가로 질문했다.


필자는 현재의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앞으로 약 3년 이내에 AI가 만든 영화는 실제 실사 영화와 거의 구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사실이 그렇다. 이미 딥페이크 기술과 AI 기반 편집 도구가 실제 영상 조작에 활용되고 있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는 AI를 이용해 가짜 뉴스 영상을 제작하고,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 속에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의 영상 클립을 삽입되기도 한다.


이런 기술이 너무 현실적으로 되면, 관객들이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하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된다. 단순히 영화제 세션에서만 오갈 내용이 아니고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사안이다.


이어지는 세션은 AI만의 특이점과 창의성에 대한 영향에 대한 고찰이었다.


다른 AI 전문가가 필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는 샘 알트먼을 포함한 일부 AI 리더가 '올해가 AI의 지적 문제 해결 능력이 인간 능력과 동일하거나 이를 능가하는 '특이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생각에 대한 필자의 의견과 그러한 한계에 접근하고 있다는 징후가 보이는지 덧붙였다.


필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AI가 인간 수준의 창의성을 갖게 되는 순간을 '싱귤래러티'(singularity)라 부른다. 샘 알트먼과 같은 AI 선구자는 가까운 미래에 AI가 인간과 동등하거나 이를 초월하는 창작 역량을 가질 것이라 예측한다. AI가 특정 영역에서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고 본다.


인간과 달리 AI는 육체적 한계가 없으며, 피곤함을 느끼지 않고 휴식이 필요하지 않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즉시 처리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이나 최적화가 필요한 작업에서는 이미 AI가 인간을 능가하고 있다.


하지만 '창작'이란 단순히 데이터를 결합하고 새로운 패턴을 만드는 것 이상의 과정이다. 인간의 창작은 감정, 경험, 철학적 사유, 그리고 사회적 맥락과 연결된다. 따라서 AI가 단순히 인간과 같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이 창작하는 방식과 같은 본질을 가진다고 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다음 세션은 'AI의 창작 능력이 기회인가, 위험인가'에 관한 주제였다.


한 질문자가 질문을 이어갔다. 그는 필자에게 AI가 인간 지능을 능가할 가능성을 기회로 보는지, 위험으로 보는지 물었다. 사실 필자도 상당히 오랫동안 고민한 부분이었다. 그는 이어 창의성과 영화 제작 분야에서 AI가 예술적 표현과 인간과의 협업, 창작 과정에서 영화 제작자는 어떻게 역할을 해야 할지 질문했다. 쉽지 않은 내용이었다.


필자는 AI가 인간의 창작 능력을 초월할 경우,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나는 인간 창작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새로운 협업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회로 작용하는 것이다. 반면, AI가 자율적으로 예술을 창작하고 인간이 이를 소비하는 수동적 존재가 된다면, 창작의 의미가 퇴색할 수도 있다고 분명하게 강조했다.


또한, AI가 제작한 영화가 '누구의 작품인가'라는 법적·윤리적 문제가 더욱 심화할 것이다. 필자는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것을 위협이 아니라 기회로 본다. AI가 특정 작업을 대체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동시에 영화 제작자와 예술가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창의성은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고, 감정을 실험하며,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이다. AI는 특수 효과, 편집, 촬영 전에 장면을 시각화하는 등의 기술적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과거에 대규모 예산이 필요했던 고품질 제작을 독립 영화 제작자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과제는 인간의 감독 역할을 유지하는 것이다. 즉, AI가 창작을 보조하는 도구로 남고,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러 가지로 이번 영화제 세션 참여는 필자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그렇게 AI와 공존하면서 예술작업을 이어갈 것이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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