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 '황제 그리고 오르간' 공연
비수도권 공공 공연장 최초로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도 첫 연주…조재혁 협연
비수도권 공공 공연장 최초로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도 첫 연주…조재혁 협연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지휘자와 피아니스트가 부산의 초여름 저녁을 아름다운 선율로 수놓았다.
22일 부산 부산콘서트홀에서 개관 페스티벌 공연 '황제 그리고 오르간'이 열렸다.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 조재혁이 무대에 섰다.
1부 공연은 조재혁이 비수도권으로서는 공공 공연장에 처음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으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연주하며 시작됐다.
바흐가 24살의 젊은 나이에 작곡한 이 곡은 빠르고 화려한 선율의 토카타와 정교하고 섬세한 푸가가 조화를 이룬다.
4천423개의 파이프로 이뤄진 오르간은 무대 가장 높은 곳에서 오직 음향만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조재혁이 빚어낸 강렬한 선율은 풍성하고 웅장한 음향으로 공연장 구석구석 장중하게 울려 퍼졌다.
오르간은 물방울이 흐르는 듯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음색을 내다가도 공연장을 집어삼킬 것처럼 대담한 소리를 내기도 했다.
독주를 마친 조재혁은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에게 두 팔을 벌리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정명훈이 이끄는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APO)와 조성진은 3악장으로 구성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선보였다.
이 곡은 조성진과 정명훈의 단골 연주곡이기도 하다.
둘은 2016년 일본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에 이어 2018년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콘서트 등 여러 차례에 걸쳐 합을 맞춘 바 있다.
조성진은 정명훈과 눈빛으로 소통하며 탄탄한 호흡을 보여줬다.
유려한 음색을 보여준 조성진은 밝고 맑은 음색으로 공연장을 가득 채워 부드러움 속 강단 있는 군주의 행보를 보여줬다.
바이올린이 간략하고 명상적인 선율을 제시하면 조성진이 이를 섬세하게 이어받아 앞으로 나아갔다.
연주의 마지막 음이 울려 퍼지자마자 객석에서 "브라보"라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박수갈채가 이어졌고 이들의 환호에 불려 나온 조성진은 앙코르곡으로 쇼팽의 녹턴 작품번호 9의 2번을 선물했다.

2부 공연에서는 정명훈과 오르가니스트 조재혁이 생상스의 '오르간 교향곡'으로 무대에 올랐다.
생상스의 마지막 교향곡인 이 곡은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청아함 아래 들려오는 오르간의 묵직함과 웅장함으로 장엄한 조화를 이뤘다.
이윽고 공연장이 통째로 울릴 정도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만든 멜로디는 심벌즈를 울리면서 절정에 다다랐다.
장중하면서도 압도적인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무대를 향해 끝없는 박수를 보냈다.
멈출 줄 모르는 박수와 환호에 정명훈은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며 관객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연신 인사했다.
이어 두 팔로 손짓하며 관객과 연주자 모두를 일으킨 정명훈은 관객이 전하는 울림을 새기듯 가슴에 손을 얹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20일 개관한 부산콘서트홀은 전날부터 8일 동안 개관 페스티벌을 이어갈 계획이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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