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의혹 연루에 징계…반발한 전 세계본부장측, '수사 협조' 시사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김건희 여사 선물 명목의 샤넬 가방 등을 전달한 의혹을 받는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모씨가 통일교로부터 '출교'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씨가 '징계하면 검찰에서 한학재 총재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교단 측에 경고한 만큼 검찰 수사가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교는 20일 용산구 본부에서 윤씨와 그의 부인 이모 전 재정국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출교' 처분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건진법사를 통한 통일교 청탁 의혹에 연루된 데에 책임을 물은 것으로 풀이된다.
징계 의결 직후 윤씨 측은 입장문을 내고 윤씨가 책임 전가를 위한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또 징계 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예고하며 통일교 고위 간부들의 비리, 횡령, 비신앙 행위에 대한 자료를 수사기관과 언론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윤씨는 지난 16일에도 통일교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한 총재를 압박했다. 그는 "그동안 참부모님(한 총재)에 대한 소환조사는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귀 연합(통일교)이 고민하시면 아실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징계를 일종의 '꼬리 자르기'로 보는 윤씨로선 앞으로 수사기관 등에 현직 간부들의 비리를 적극 고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자신의 '윗선'으로 의심받는 한 총재에 대한 우호적 진술 태도를 앞으로는 바꿀 가능성도 엿보인다.
윤씨는 그동안 검찰 조사에서 "한 총재의 결재를 받고 진행한 일"이라고 진술했지만, 한 총재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개입했는지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면 검찰로선 막힌 수사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해부터 '건진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검찰은 전씨가 윤씨로부터 김 여사 선물 명목의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을 받고 김 여사에게 통일교 현안을 대신 청탁한 게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윤씨에게 선물과 청탁 지시를 한 게 한 총재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를 출국금지했지만 피의자로는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통일교 측은 징계 대상이 된 윤씨의 행위가 개인적인 일탈일 뿐 교단 차원의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번 징계에 관해선 "당사자에게 공문을 통해 통보되지 않은 만큼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통일교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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